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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오너 불법행위 막겠다지만..."상장사 14% 경영간섭 우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 확정

보유지분 5% 넘는 297곳 대상

'중점관리 리스트' 선별 작업

일감몰아주기·횡령 등 기업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침

"경영참여 법적 근거 부실하고

정치논리 따른 과도한 개입 우려"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 5% 이상인 2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할 이른바 ‘중점관리 대상 리스트’ 선별작업에 나섰다. 일감 몰아주기나 횡령·배임 등 불법행위, 사주일가의 갑질 같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활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치 논리에 따른 과도한 경영간섭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 16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의 투자 의사결정 등을 하는 최고의결기구다. 기금운용위의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될 가이드라인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기업에 한해 수탁자 책임활동을 어떻게 전개할지에 대한 절차와 기준을 명시한 세부 지침이 담겼다.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밝힌 수탁자 책임활동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지분율 5% 이상이거나 보유 비중 1% 이상인 투자기업 중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필요한 중점관리 대상 기업을 선별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297곳에 달한다. 이는 전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 2,110개의 14.1%에 달한다.

이들 기업 중 배당정책이 비합리적이거나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나 사주일가의 사익 편취 혐의가 밝혀진 기업 등이 ‘비공개’ 중점관리 대상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국민연금은 대상 기업에 비공개 서한과 면담을 통해 지속해서 해당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1년 동안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공개서한 등의 방법을 통해 기업의 이름을 밝힌다.

경영성과에 비해 이사의 보수 한도가 과다한 경우에도 제동이 걸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 한도 및 퇴직금 관련 안건 897건 중 27%에 반대표를 던졌는데 올해는 이 비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 5년 이내에 이사와 감사 선임 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2회 이상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기업도 중점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개’ 중점관리 대상기업이 됐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다음 해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국민연금의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지난 16일 기금운용위를 통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 등에 대한 검토를 맡긴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예상치 못한 사회적 피해나 환경오염, 고용악화 등 사회적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도 적극적 주주권 행사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연금이 사회문제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투자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지만 구체적인 행동지침인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은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이 부당하게 사기업에 개입하는 것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기금 운용 장기 수익성 제고가 가장 중요하며 그 원칙 아래 철저히 움직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부실한데다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난해 연기금의 수익률이 10년 만에 최악의 수익률(잠정 -1.5%)로 뒷걸음질한 상황인 만큼 경영 참여보다는 운용 전략 등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법상) 재무적 투자자로서 역할만 부여받았다”며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수익률을 내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는 규정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책임지겠다는 말보다 기업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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