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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성공하는 연구'의 조건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실장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과정보다 성과가 중요했다. 선진국이 100~200년에 이룬 성과를 10~20년에 이뤄야 하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압축성장의 그림자인 셈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등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사용한 표현에도 그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사회적으로 모든 분야가 그랬다. 더 빨리 추격해서 따라잡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과학기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부실학회 참가, 연구비 횡령 등 연구 부정행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과학기술계에 대한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성과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로 진입했음에도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부작용이다.

다행히 국민들은 과학기술계에 엄중한 채찍과 함께 분발하라는 격려를 동시에 보냈다.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20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정부안보다 1,000억원이 늘어난 액수이자 사상 처음으로 국가 R&D 20조원 시대를 열었다. 미래 사회를 대비하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려면 R&D 예산이 꾸준히 확대돼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이제는 과학기술계가 국민들의 열망에 화답해야 한다. 국가 R&D 예산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마련한 미래 투자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좋은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 이제 좋은 연구는 단순히 목표를 달성한 ‘성공한 연구’가 아니다. 연구의 진행과 결과 발표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진 연구를 말한다. 모든 연구가 성공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실패도 귀중한 자산이 된다.

하지만 모든 연구는 반드시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투명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은 연구는 언젠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추격만 하는 후발주자가 아니다. 선진국과 경쟁하고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과학기술계 역시 이제는 성과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R&D 규모의 확대만큼이나 과학기술자들의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것이 성공한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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