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사령관 기성용(뉴캐슬)이 햄스트링 부상 끝에 21일 영국으로 돌아갔고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발가락 부상으로 신음 중이다. 앞서 개막 직전에는 나상호(광주)의 부상 낙마로 이승우(엘라스 베로나)가 긴급 호출됐다. 조별리그를 마친 시점에 2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짐을 싸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직전 대회인 지난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이청용과 구자철이 중도 귀국했다. 그래도 당시 대표팀은 결승까지 올라 홈팀 호주와 연장 끝에 준우승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도 악재를 딛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열쇠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들이 쥐고 있다. 2019아시안컵 3경기를 치르는 동안 가장 경기력이 좋았던 중국과의 3차전(2대0 승)에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결승 선발 멤버 중 6명이 선발로 출격했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황인범(대전), 황희찬(함부르크), 김민재(전북), 김문환(부산)이다. 22일 오후10시(한국시각) 두바이의 라시드스타디움에서 치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3위 바레인(한국은 53위)과의 16강전에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예상을 깨고 중국전을 거의 풀타임으로 뛴 손흥민은 페널티킥 유도에 코너킥으로 추가 골까지 도우며 팀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황의조와 투톱 형태로 움직인 손흥민은 후반에는 원톱 역할까지 연습했다. 바레인전 역시 전술의 키는 손흥민이 쥘 것으로 예상된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에서 1골 5도움으로 도우미를 자처하며 황의조의 득점왕(7경기 9골)을 도왔다. 황의조는 지난해 바레인과의 아시안게임 첫 경기(6대0 승)에서 전반에 해트트릭을 완성한 짜릿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 대회 3호 골을 노리는 황의조는 “기성용 선배를 위해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황인범은 이미 2·3차전에 기성용의 빈자리를 무난하게 메웠다. 16강부터는 대체자가 아닌 주전 조율사로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황인범은 “능력 이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 원톱-손흥민 공격형 미드필더에 이청용(보훔)-황희찬을 좌우 날개로 내세우는 4-2-3-1 전술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황인범-정우영(알사드)이 ‘더블 볼란테’를 이루고 김영권(광저우)-김민재의 중앙 수비에 좌우 풀백은 홍철(수원)-이용(전북)의 선발 출전이 전망된다. 벤투 감독은 “바레인은 공격 전환 때 강점이 있는 팀이다. 공격진에 강하고 빠른 선수가 많다”며 “상대의 공격 전환 때 우리가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가 이번 경기의 관건”이라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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