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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발톱 드러낸 KCGI, 한진家, 본격 압박

"지배구조개선위 설치하고

호텔 등 적자사업 철회" 요구

주요 주주와 연대 위한 노림수

오너 3세 일가 낮은 지분율 공략

수용 안하면 주총서 표대결 시사





한진칼(180640)한진(002320)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가 21일 한진그룹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지배구조개선위원회 설치, 호텔 등 적자사업 철회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KCGI 측은 그동안 한진그룹과 이 같은 내용을 놓고 협상했으나 결렬되자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와 연대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KCGI는 한진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KCGI가 발톱을 드러냈다”며 “당장 이번 주주총회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주주들의 공감을 얻어내면 한진 측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너 일가 뺀 모든 주주와 연대=강성부 펀드는 크게 △지배구조 개선△경영효율 제고 △사회책임 강화를 뼈대로 약 10가지를 공개 요구했다. 핵심은 한진칼 경영자 측이 1명, 강성부 펀드 측 사외이사 2명, 외부 전문가 3명으로 지배구조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지배구조위는 주주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거나 경영 관련 사항을 사전 심의한다. 임원을 평가하는 보상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자는 제안도 담았다.

강성부 펀드가 주주총회에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려면 최대주주를 제외한 모든 주주와 연대해야 한다. 강성부 펀드는 한진칼 지분 10.71%를 갖고 있지만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 등이 28.93%를 쥐고 있다. 강성부 펀드는 국민연금(7.34%), 크레디트스위스(3.92%), 한국투자신탁운용(3.81%)을 비롯해 외국인(6.98%)과 기타 소액주주(45.94%)의 지지를 얻어내야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 일부가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운용위 관계자는 “KCGI의 의도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직접 연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3세 승계 취약점 노려=강성부 펀드는 한진그룹의 높은 부채비율을 근거로 조양호 일가의 실질 지분율이 낮다고 강조했다. 땅콩 회항 사태가 있던 지난 2014년 대한항공(003490)의 부채비율은 809%로 역산하면 조양호 일가가 가진 실질 소유권은 1.5%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오너 3세 일가의 낮은 지분율에 그대로 적용돼 승계의 취약성을 공격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 조원태씨 등 오너 3세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2.3%에 불과하며 한진칼이 지분 94.35%를 갖고 있는 토파스여행정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너 일가를 위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강성부 펀드는 토파스여행정보의 상장 추진도 이번 요구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정점은 대한항공=KCGI는 대한항공이 항공 운송업 이외에 호텔업 등에서 사실상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만성적자를 기록하는 칼호텔네트워크·토지 인수 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등은 투자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수익이 안 나는 일본과 동남아 등 단기노선을 줄이고 해외 경쟁사에 비해 항공기 보유가 많다면서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노선이나 항공기 축소는 장기 경영 효율을 위해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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