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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구조 혁신 토론회] AI·빅데이터 접목...EMS, 건물·편의점·가정 보급 늘려야

日 빌딩에 EMS 적용후 에너지 평균 14.6% 절감 효과

에너지 효율화 대상 신축→노후·소형건물로 확대 필요

'건물에너지 주치의' 플랫폼 구축·정기검진 도입도 도움

22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 3차 토론회에서 이승복(왼쪽 두번째) 연세대 교수 등 패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에너지공단




국가 에너지 소비량의 24%를 차지하는 건물부문의 에너지 효율 정책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노후·소형 건물에도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설치하는 등 정책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축 건물에는 강력한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이 적용되고 있지만 2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나 연면적 500㎡ 이하 건물은 배제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EMS 보급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오는 2022년부터 민간 신축 건물에도 EMS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양인호 동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 3차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건물부문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통한 수요 절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난 1차 토론회에서는 국가에너지효율혁신전략의 추진방향이 소개됐고 2차 토론회에서는 산업부문과 수송부문의 에너지 효율 혁신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총 세 차례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수렴해 오는 3월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대국민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건물부문은 국가 에너지 소비량의 24%를 차지하지만 사용량을 줄여도 산업경쟁력 저하 정도가 적어 효율화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EMS를 건물·편의점·가정 등에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S는 건물·편의점·가정의 에너지 소비현황을 한눈에 시각화해 에너지 효율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빌딩(Building)에 적용되면 ‘벰스(BEMS)’, 편의점 등 상업용 시설(Retail), 가정(Home)에 설치되면 각각 ‘렘스(REMS)’와 ‘헴스(HEMS)’로 불린다. EMS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 2004~2009년 일본 내 설치된 벰스를 분석한 결과 평균 14.6%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뒀다. 특히 호텔·판매점처럼 건물 사용시간이 길수록 비용 측면에서 효과가 컸다. 국내에서도 S사가 2013년 본사 건물에 ‘클라우드 벰스’를 설치해 에너지 소비량을 10% 절감했고 편의점 C사도 올해 전국 매장에 렘스를 설치해 에너지 소비량을 10~17%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다만 양 교수는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EMS 여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내 EMS의 경우 공급자 위주로만 시장이 형성돼 있고 수요자들이 에너지 절약 효과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EMS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장기 분야별 보급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MS 중장기 계획에는 민간 신축 건물도 벰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게 양 교수의 주장이다. 양 교수는 “현재는 공공부문의 신축 건물만 벰스 설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2022년부터는 일정 규모의 민간 신축 건물도 의무화하고 기존 건물의 경우는 보조금 지원을 통해 벰스 설치를 유도해야 한다”며 “정부는 에너지 절감 목표를 달성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성과창출형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전담기관 지정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신축 건물 이외에 노후·소형 건물까지 에너지 효율화 대상을 확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건물의 58%가 준공 후 20년 이상 경과 된 건물인데 이들을 리모델링하면 단열성능은 31.5%, 난방비용은 31.4% 이상 개선할 수 있다”며 “신축 건물처럼 노후 건물에 대해서도 에너지 효율화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500㎡ 이하 건물들 역시 규제에 포함시킬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건물의 정기적인 관리를 위해 ‘건물에너지주치의’ 플랫폼 구축과 정기 검진을 통한 인증마크 부여 사업도 도움이 될 것으로 소개했다. 양 교수는 “목표 관리 수단으로 ‘건물에너지 주치의 플랫폼’을 구축해 유사 건물 간 에너지 효율화 수준을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정기적으로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평가해 상위 평가를 받은 건물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인센티브 제공 방식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건물 단위에 EMS 도입이 활성화되면 다음 단계로 도시 전체의 에너지를 정보통신기술(ICT)로 제어하는 ‘스마트 에너지 커뮤니티’를 조성할 수 있다. 독일의 하이테크 스타트업 단지인 ‘아들러스호프’가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에너지 효율화 건물, 열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도시 전체에서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의 30%를 감축할 계획이다. 양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건물 자체, 나아가 도시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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