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제재로 지난 몇 달간 도입이 불가능했던 이란산 원유가 6개월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이란산 원유는 화학원료인 나프타를 대량 추출할 수 있는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가 주종인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타 중동국가 원유 대비 저렴해 정유사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100만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실리바1)이 인천항에 입항했다. 이번 원유는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가 수입한 물량으로 오는 31일에 추가로 100만배럴이 인천항에 들어온다.
한국 업체의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경제제재 방안을 밝힌 후 6개월 만이다. 미국 측은 지난해 11월 한시 조치로 한국과 중국·일본 등을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 국가에 포함시키며 내년 5월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가능해졌다.
국내 정유화학 업체 중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한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해 11월 미국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킨 후 가장 먼저 현지 업체와 접촉에 나서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예외로 인정받은 이란산 원유 수입 가능 물량을 2017년 이란산 원유 수입량의 절반 수준인 7,000만배럴 내외로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 등은 다음달 초에 이란산 원유를 들여올 예정이다. 지난해 4·4분기 급격한 유가 하락과 수요 부진에 따른 마진 감소로 대규모 영업 손실이 예상되는 국내 정유화학 업체로서는 희소식이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과 미국 석유업체 셰브론이 지분을 보유한 GS(078930)칼텍스는 이란산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가능 국가 명단을 6개월마다 재선정하는 만큼 이란산 원유 수입이 계속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일본·중국 등이 이란산 원유 도입 쿼터량과 관련해 예외 인정 국가 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이전만큼의 물량 확대가 쉽지 않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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