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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文 연금주권 가이드라인 제시…기업들 초비상

■文"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적극 행사"

수탁委 "한진 경영참여 반대 의견 더 많아" 불구

내달 1일 기금위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능성

加연금 아태대표 "정치로부터 독립이 고수익 비결"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23일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 참여를 골자로 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적용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직접 특정 기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기금운용위 위원 20명 가운데 정부가 당연직 위원 6명의 표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다음달 1일께 열리는 회의에서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이에 앞서 보유 지분 5% 이상인 2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할 이른바 ‘중점관리 대상 리스트’ 선별작업에 나섰다. 일감 몰아주기나 횡령·배임 등 불법행위, 사주일가의 갑질 같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대상 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수탁자책임위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탁자책임위 주주권 행사 분과위원 9명은 서울 모처에서 4시간에 걸쳐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해 총 9명의 위원 가운데 2명이 찬성, 5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수탁자책임위에서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낸 부분은 ‘비용’이었다. 현행법상 국민연금은 기금위의 의결이 있을 경우에 한해 기업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상 5% 이상 지분을 가진 투자자는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지분율이 10% 이상인 투자자가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꿀 경우 최근 6개월 이내의 수익을 반납해야 한다.

실제 반대 의견을 낸 5명의 위원은 단기 매매 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민연금이 이사해임을 촉구하더라도 현행 상법상 이사회가 이를 거절할 수 있는 만큼 실효성도 높지 않다.

공은 다음달 1일께 열리는 기금운용위로 넘어갔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 참여를 강행할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기금위의 진보적 색채가 강한데다 당연직위원 등 정부가 표의 30%를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강행할 경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6일 열린 기금운용위에서 “수탁자책임위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편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년간 연평균 8%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정치로부터) 독립성이 철저하게 보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PPIB는 우리 국민연금과는 달리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하게 독립된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경제연구원의 초청을 받아 방한했다. /김상훈·임세원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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