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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가구보다 월소득 40만원 정도 적어…더 가난한 비수급 93만명

[중랑구 모녀 극단 선택…여전히 뻥 뚫린 사회안전망]

2017년 기초생활 실태조사

부양의무자 기준 탓…정부 보조금서 제외

연탄을 이용해 겨울을 나고 있는 어르신들이 23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연탄 가격 인상에 따른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73세 김모씨는 매달 45만원으로 산다. 정부에서 나오는 기초연금 25만원, 마찬가지로 생활이 어려운 딸이 주는 20만원이 전부다. 겨울에는 방바닥이 얼음장 같아도 난방을 하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고 만성 당뇨를 앓고 있지만 의료비가 부담돼 병원은 거의 가지 못한다. 생활이 이렇지만 김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아니다. 노인도 장애인도 아닌 딸이 ‘부양의무자’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생계가 어렵지만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여전히 93만명(2015년 기준)에 달한다.

23일 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기초생활 실태조사’를 보면 비수급 빈곤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은 50만~68만1,000원에 불과하다. 생계·의료·주거급여 등 각종 정부 지원을 받는 수급가구의 월소득 95만7,0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수급가구는 각종 정부 보조금으로 월 72만원을 받지만 비수급 가구는 보통 기초연금이 전부다. 월평균 지출도 수급가구는 71만6,000원으로 전체 가구의 32% 수준인데 비수급 빈곤가구는 48만~62만2,000원으로 수급가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비수급 빈곤층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연락을 끊고 살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도 주민등록상으로만 자녀·며느리·부모가 있으면 기초보장급여를 받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양의무자 가구가 소득 하위 70%이면서 노인·중증장애인일 경우의 얘기다.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의 태생적 한계도 있다. 지난 3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녀도 전형적인 비수급 빈곤층이었다. 기초생활급여를 받으려면 본인이나 주변인이 신청을 하고 소득·재산 파악을 위해 동의서 등을 제출해야 하지만 이들은 신청한 기록이 없었다. 여성가족부가 취약가정을 위해 마련해놓은 긴급위기가정지원제도도 제보가 없어 모녀를 찾지 못했다.

정부가 숨은 위기가정을 발굴하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력 부족도 있지만 외부와 왕래가 없고 스스로 지원 제도를 모르거나 낙인효과를 우려해 도움을 원하지 않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복지 공무원이 알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단체 복지업무 담당자들이 사각지대 발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통·이장 등 지역 내 인적 자원망 활용(38.3%)’을 꼽은 것도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보건복지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초수급자보다 더 어려운 비수급 빈곤층의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게 우선 과제”라며 “수급절차를 더 간편화하고 지역사회의 참여와 도움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신다은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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