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난해 말부터 시중금리는 하락하고 위험자산의 가격은 반등하며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준 통화정책 회의에서 올해 금리 인상 기대치가 기존의 3회에서 2회로 낮춰졌고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도 최근의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완화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준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초저금리 장기화와 양적완화(QE)라는 사상 유례없는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하단 0%, 상단 0.25%) 낮추고 2015년 12월까지 7년 동안 유지했다. 또 2008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세 번의 양적완화를 통해 약 4조달러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또 경기가 정상화된 후 시행된 출구전략도 갑작스러운 정책 중단의 부작용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자산 규모의 축소도 매입 규모 축소, 신규 매입 중단, 만기도래분 재매입 중단 등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기준금리도 과거에 비해 매우 완만한 속도로 인상하고 있다.
2013년 6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 발언 후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며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 긴축 발작(taper tantrum)을 겪게 되자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매월 100억달러 규모씩 점진적으로 자산 매입액을 축소해 2014년 11월 자산 매입을 종료했다. 또 2014년 이후 시작된 금리 인상도 과거에 비해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자산 매입 중단 이후 매년 4회씩 1%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예상됐으나 미국 달러 강세로 신흥국 경제지표가 둔화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 2015년 12월에 1회 0.25%포인트 인상에 그쳤다. 또 2016년에도 중국 위안화 절하에 따른 자본 유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기관 부실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부각되자 연초 예상했던 4회 인상 대신 2016년 12월에 1회 인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연준의 속도 조절에 힘입어 미국 경기는 2009년 6월 이후 114개월째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으며 해당 기간 미국의 주가도 단기조정을 회복하고 반등하는 흐름을 유지하며 240%(연평균 13%) 상승했다.
이러한 전례에 대한 학습효과와 더불어 최근 주식시장이 반등 흐름을 보이자 향후 1~2년 동안은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임금 인상 압력에 따른 물가 상승의 우려가 남아 있고 연준의 자산이 축소되며 유동성도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