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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자존심 '다이슨', 싱가포르로 본사 옮긴다는데

다이슨은 "사실 아니다"며 부인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제임스 다이슨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높아지는 가운데 본사 이전설 나오자

영국 내에서는 "위선자"라며 비판의 목소리 높아져

본사 이전과 상관없이 아시아 비중은 계속 커질 듯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영국의 가전업체 ‘다이슨’이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외신은 물론이고 한국 언론 대부분이 이 뉴스를 전했습니다. 영국의 자존심과 같은 기업이 본사를 아시아 지역으로 옮긴다니 놀랄만한 뉴스이긴 합니다. 하지만 다이슨은 공식적으로는 본사 이전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요.

다이슨의 본사 이전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22일(영국 현지시간). 이날은 다이슨이 실적을 발표한 날입니다. 다이슨은 이날 향후 경영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다이슨은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예로 싱가포르 기술 센터를 현재 대비 두 배 규모로 확장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이슨 기술에 대한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짐 로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 글로벌 사업 대표, 법무 총괄 대표 등이 싱가포르에서 일할 계획이라고 밝힌 부분입니다. 다이슨은 주요 경영진을 싱가포르로 보내는 것에 대해 “아시아 지역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이슨의 전기차 연구기지 영국 훌라빙턴 캠퍼스 /사진제공=다이슨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FT를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다이슨의 본사 이전 발표로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다이슨은 본사 이전은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다이슨코리아는 “본사 이전은 사실이 아니며, 다이슨의 본사는 지금처럼 영국 맘즈버리다”라고 답했습니다. 다이슨이 이처럼 주요 경영진을 아시아로 옮기면서도 본사 이전은 아니라고 부인하는 이유는 영국 내에서 워낙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영국 내에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적극 지지하는 제임스 다이슨이 창업한 회사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의회가 지난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키면서 EU와 별도 합의 없이 3월 29일 곧바로 브렉시트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영국은 EU를 포함해 세계 각국과 별도 관세 협상을 진행해야 합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작년 10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기 때문에 다이슨이 싱가포르로 이전하면 브렉시트 후폭풍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 현지에서는 다이슨을 두고 위선자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 스티븐스 영국 노동당 의원은 “브렉시트의 최대 지지자였던 제임스 다이슨이 영국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로 한 것은 그의 뻔뻔한 위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본사 이전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다이슨은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비중을 계속 높여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이슨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는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성장세가 가팔랐습니다. 다이슨의 작년 매출액은 44억 파운드(약 6조 4,0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2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1억 파운드(약 1조 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해 사상 최초로 10억 파운드를 넘어섰습니다. 짐 로완 다이슨 CEO는 실적 발표 후 “지난 몇 년간 아시아에서의 성장은 전 세계 다른 지역의 2배에 달하며, 다이슨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창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4년 만에 미국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도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다이슨은 작년 10월 전기차 제조시설을 싱가포르에 건설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이슨은 오는 2020년 전기차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고, 2021년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싱가포르 본사 이전은 사실이 아니라는 다이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다이슨이 결국 본사를 이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습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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