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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민첩한 조직을 위한 주체별 실행전략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2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민첩한 조직(Agile Organization)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민첩한 조직은 민첩한 직원이 만들고 민첩한 직원은 민첩한 리더가 만들며 민첩한 리더는 민첩한 조직이 만든다. 민첩한 조직은 이처럼 선순환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민첩한 조직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과연 무엇이 선행되어야 이 선순환이 정상적으로 작동될까?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사진=셔터스톡




민첩한 조직과 직원 그리고 리더는 합(+)의 관계가 아니라 곱(X)의 관계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제로(0)가 된다면 전체 구조는 무너진다는 점에서 무엇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주체들이다. 결정만 빠르고 지원은 부족한 조직, 지시만 빠르고 설명은 부족한 리더, 불평만 많고 실행은 부족한 직원이 존재한다면 혁신은 하나의 구호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동안 우리 주위에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조직을 뒤흔들어 직원들을 시달리게 하다가 갑자기 시들해진 혁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민첩한 조직 또한 양치기 소년처럼 조직에서 반복되는 유행병 정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민첩한 조직으로의 변신은 꼭 필요해 보인다. 조직과 리더 그리고 직원들이 동시적이고 역동적으로 움직여만 준다면 민첩한 조직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민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3가지 실행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민첩한 조직이 되기 위한 실행전략. 조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생각이 다르기에 해석도 다르고 해석이 다르기에 반응도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요즘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조직현장에서 조직 본연의 정신이 담긴 조직문화와 핵심가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실적만 잘 내면 모든 것을 용서받는 조직문화에서 조직의 사회적 가치와 비전은 사치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눈앞의 실적만을 좇다 보니 오히려 조직에 해로운 행위를 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민첩하게 움직여도 부족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이 양산되기도 한다.

이제는 조직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가를 직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비전을 재점검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조직 내부에 민첩한 조직을 실현하기 위한 평가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 민첩한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와 방법 그리고 예상되는 장애요인에 대해 임직원들의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것과 동시에 제도적인 기준이 선행되어야 한다.

구호는 구호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제도적 기준이 행동의 결정을 이끈다. 따라서 조직이 먼저 민첩한 조직으로 변신하기 위한 비전과 가치를 임직원들에게 설명해 ‘공감’과 ‘합의’를 유도해야 하고, 그 다음으론 명확한 실행을 위한 평가제도 같은 ‘제도적 장치’를 명확히 해 임직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민첩한 리더가 되기 위한 실행전략. 리더야말로 조직과 직원 사이에 끼여 가장 힘든 역할을 해야 한다. 조직의 명령을 여과 없이 전달만 하거나 리더가 먼저 조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면 리더의 설 자리는 없어진다.

직원을 민첩하게 만들기 위해선 직원들 입장에서 볼 때 뭔가 이익이 있어야 한다. 민첩한 조직이란 용어만 봐도 ‘조직을 위해 죽어라 일하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천천히 하라고 해도 짜증 날 판인데 민첩하게 움직이라는 건 한정된 시간 내에 더 빨리 움직여서 성과를 더 내라는 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리더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단축근무제도로 근무시간은 줄었음에도 업무량이 줄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민첩하게 움직이라고만 한다면 리더는 곧장 공공의 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리더 스스로가 업무를 명확히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리더가 일을 알아야 업무분장을 잘할 수 있다. 업무분장을 잘해야 성과도 내고 직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론 일이 주는 개인적인 혜택을 반드시 이해시켜야 한다. ‘조직을 떠나면 조직에 머물던 시간만큼 홀로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하는 세상이니 조직에 있을 때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같은 진정성 있는 격려를 해줘야 한다. 전문가로의 성장을 앞당기는 방법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있으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 중 하나는 동일한 시간일지라도 민첩하게 움직여 더 많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경험을 체득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방법도 있다.

조직의 이익은 개인의 이익을 넘지 못 한다고 했다. 리더가 직원 개인의 이익을 전제로 한 설득에 실패한다면 지는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민첩한 직원으로 거듭나는 것이 전문가로 거듭나는 가장 빠르고 지혜로운 길이며, 개인과 조직의 동반 성공을 가져올 수 있음을 리더가 먼저 말해줘야 한다. 영리해진 직원들이 자신을 위한 일에 더 집중할 테니 말이다.

셋째, 민첩한 직원이 되기 위한 실행전략. 조직이 원하는 대로 민첩하게 움직이면 직원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조직 좋은 일만 하고 정작 직원 자신은 죽도록 일만 하다가 결국 조직으로부터 버림받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은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불쾌한 가정이다.

직장생활의 수명은 점점 줄어들고 여생은 더 길어졌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많다면 별걱정 없겠지만, 맨몸 하나로 인생을 버텨야 한다면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스스로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 누구한테도 구속당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내공과 깡다구로 인생을 살고 싶다면 먼저 조직에 있을 때 자기만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

수영장에 오랜 시간 몸을 담그고 있다고 해서 수영선수가 되는 건 아니다. 내공은 그냥 보낸 시간이 아니라 농밀한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직장인이 내공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의 일을 통해 그 일을 조직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일도 잘할 수 있다.

하는 일마다 민첩해지면 농밀해지고, 농밀해지면 단단해진다. 단단해지면 내공도 커진다. 내공이 커지면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조직에서의 민첩함을 자기발전의 기회로 해석하면 힘겨운 조직생활도 견딜 만하다. 조직에서 보내는 시간을 조직에 대한 불만과 냉소적 태도, 그리고 갈등을 겪는데 낭비한다면 본인만 손해다.

결국 민첩한 조직은 조직과 리더 그리고 직원들 각 주체의 이해관계와 이익의 관점에서 해석되고 조정되어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한 주체의 일방적인 이익 추구만으론 민첩해지기 어렵다. 그 누구도 손해 볼 생각은 없을 테니 말이다. 따라고 민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방법은 서로의 입장을 수용하고 함께 노력하는 실행전략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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