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서울 모처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재검토를 거친 뒤 위원 9명의 의견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보고서는 30일 실무평가위원회 검토를 거쳐 오는 2월1일 기금운용위에 보고된 뒤 한진그룹의 경영 참여 관련 표결에 근거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수탁자책임위는 지난 23일 1차 회의를 열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가 시기상조라고 결론을 내렸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1.68%인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 참여에 대해서 9명 중 7명 위원이 반대 의견을 내놓았고 7.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에 대해서는 반대가 5명으로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수탁자책임위가 반대한 배경에는 경영 참여 시 국민연금이 치를 비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현 자본시장법은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할 경우 1% 지분 변동이 있을 때마다 이를 공시를 통해 알리도록 하고 있다.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가 경영에 참여할 경우에는 6개월 이내 얻은 이익도 반납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될 뿐 아니라 수익률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수탁자책임위가 긴급회의를 연 것은 지난 1차 회의 직후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경영 참여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전략추진회의에서 “대주주의 탈법과 위법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찬반 의견을 바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치를 수 있는 관측이 나왔지만 수탁자책임위는 찬반 의견은 바꾸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아직 스튜어드십코드 관련한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라 무리하게 경영 참여를 할 경우 ‘연금 사회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여론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다음달 1일 열리는 기금운용위에서는 결론이 바뀔 수 있다. 현행법상 기금운용위는 의결을 통해 스튜어드십코드를 적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경영 참여를 주문한 만큼 정부 위원과 진보 진영 등에서 찬성표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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