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금융당국은 지난해 9~11월 ICO를 한 22개 국내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ICO를 통해 모집된 자금은 총 5,664억원으로 1개사 평균 33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ICO를 진행했지만 한글백서 및 국내홍보 등을 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내 투자자를 통한 자금모집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ICO가 원천금지 돼 있지만 이 회사들은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우회적으로 ICO를 실시한 것이다. 특히 조사 결과 ICO로 발행된 신규 암호화폐는 4개 취급업소에서 거래됐는데 신규 암호화폐 모두가 최초 거래일 대비 평균 68% 가격이 급락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기업들이 ICO를 진행하면서 회사 개황, 사업내용, 재무제표 등 관련 중요한 투자판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개발진 현황 등도 허위 기재해 위법 소지가 짙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수백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모집자금 사용내역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요청에도 자료공개 등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암호화폐 투자펀드 판매 등 자본시장법상 무인가 영업행위와 함께 ICO 관련 중요사항을 과다광고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수사기관에 의뢰해 해당 회사들의 자본시장법 무인가 영업행위와 형법상 과대광고 및 사기 등을 혐의 여부를 가리도록 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ICO 불법 소지는 엄중히 대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부 불법행위로 ICO 전체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ICO를 하면서 국내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은 외국환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문제 될 게 없다”며 “국내 투자자가 해외 ICO에 투자하는 것은 자유”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CO가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중요한 수단인데 ICO를 무조건 ‘사기꾼’ 취급하고 등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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