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출액 1위 의약품 ‘휴미라’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출시로 위상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시장 수성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 정책까지 내세웠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임랄디’가 주도한 바이오시밀러의 공세에 점유율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6일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휴미라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13억300만달러(약 1조 4,5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17.5% 감소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지난해 10월 유럽에 본격적으로 출시됐고 유럽이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휴미라의 유럽 매출은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바이오기업 애브비가 지난 2002년 개발한 휴미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는 바이오의약품이다. 레미케이드(존슨앤드존슨)·엔브렐(화이자)와 함께 글로벌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으로 꼽히지만 휴미라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지난해에만 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과 맞먹는 199억3,600만달러(약 22조3,000억원)어치가 팔렸다.
단일 의약품으로 수년째 글로벌 매출액 1위를 기록 중인 휴미라가 분기 기준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 펼쳤지만 바이오시밀러 공세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휴미라 개발사인 애브비는 지난해 말 노르웨이 국가의약품입찰에 기존보다 80% 저렴한 가격을 써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휴미라의 부진한 유럽 실적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가 주도했다. 임랄디는 지난해 4·4분기 매출액 1,670만달러(약 187억원)를 기록하며 유럽 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동시에 출시된 바이오시밀러가 3종 더 있지만 경쟁 제품보다 환자 편의성을 앞세운 임랄디가 조기에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휴미라의 유럽 매출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당초 전망보다 일찍 글로벌 매출액 1위 의약품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는 휴미라가 올해 매출 209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오는 2024년에도 연매출 152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글로벌 1위 자리를 수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의 공세로 조기에 실적이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휴미라가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갖는 입지와 위상이 워낙 탄탄해 상대적으로 바이오시밀러의 타격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틀린 것으로 입증됐다”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는 미국 특허가 풀리는 오는 2023년까지 유럽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시장 확대를 위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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