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시가격·공시지가에 대한 형평성 맞추기의 일환으로 올해 표준 단독주택에 이어 표준지 공시지가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토지를 주택·건물을 만드는 ‘원재료’로 간주해 주택 공시가격보다 토지 공시지가를 더 보수적으로 매겨왔다. 원재료인 땅값이 뛰면 주택·아파트 등 ‘제품’의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가격 책정 관행이 굳어지면서 재벌기업과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보유세 감세 논란이 이어져 왔다.
토지 공시지가는 순수 토지뿐만 아니라 건물·상가 등 일반 건축물에 대한 보유세 부과의 근거다. 경실련은 최근 자체 분석을 통해 1990년대 초반 50%이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지난해 38%까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토지공개념 후퇴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양 조치로 땅값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이유다.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시세의 65∼70% 선에 책정돼온 것을 고려하면 공평과세에 어긋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시세대비 현실화율이 과도하게 낮은 지역은 땅값 상승분 이상으로 공시지가를 올렸다. 올해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구(23.9%)와 중구(22.0%), 영등포구(19.86%), 성동구(16.1%) 등지다. 해당 지역의 토지와 건물·상가 등 상업용 건물 소유자들은 올해 보유세 증가폭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에는 공시지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85%에서 내년 90%로 상승하므로 보유세는 더 오르게 된다.
공시지가가 지난해 ㎡당 566만원에서 750만원으로 32.5% 오를 것으로 예고된 서울 성수동2가 상업용 건물(1,326㎡)의 경우 공시지가 합이 작년 75억516만원에서 올해 99억4,500만원으로 뛰면서 80억원이 기준인 토지 종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보유세도 작년에는 재산세 3,113만원만 내면 됐지만, 올해는 종부세를 합해 작년보다 46% 늘어난 4,541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이번 공시지가 인상으로 보유세뿐만 아니라 지역 의료보험가입자의 건강보험료도 함께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터전인 상가 임대료도 오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가도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고액 임대료를 제외하고는 인상폭이 5% 이내로 제한되지만 상업용 건물은 월세 자체가 큰 데다 임대료 인상도 주택보다 용이하다는 게 문제”라며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임대료 전가 현상이 주택보다 두드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시지가 인상은 보상비 증가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토지 보상비는 공시지가를 기본 바탕으로 주변 시세를 일부 보정한 금액으로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 3기 신도시가 들어설 남양주시(3.09)와 인천(4.37%)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9%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평균보다 크게 낮은 상황인 반면, 과천시(9.62%)는 평균 이상이다.
지존 신태수 대표는 “정부 사업 추진에 있어 공시지가 인상은 양날의 검”이라며 “앞으로 지방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과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개발이 줄이을 예정이어서 토지 보상비가 부동산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게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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