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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계속하면 신차 못줘” 佛르노, 한국 노조에 경고

4개월 동안 부분 파업만 28번

"막무가내식 파업 더 못 견뎌"

생산 차질 계속되자 정면 대응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에 르노 본사가 공개 경고를 보냈다. 파업을 지속할 경우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출용 닛산 로그의 후속 모델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올해 9월 생산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이 배정되지 못하면 르노삼성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로그의 비중은 49.7%에 달한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설 명절 전 르노삼성 임직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높은 성과를 이뤘지만 (현재처럼) 파업이 지속되면 공장 가동시간이 줄고 쌓아온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과 로그 후속 차량에 대한 논의를 벌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모저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런 사실을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의 경고는 르노삼성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기로 몰고 있는 강성노조에 대한 경고다. 막무가내식 파업으로 임단협을 해결하려는 노조의 관성에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신호다.

신차 물량을 받지 못할 경우 르노삼성은 위기 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닛산 엑스트레일로 판매되는 닛산 로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이름을 올린 베스트셀링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 수출 효자 노릇을 했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생산한 21만5,809대 가운데 닛산 로그 물량만도 10만7,262대로 절반에 달한다. 르노삼성으로서는 생명줄을 쥔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체 내수와 수출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생산이 올해 9월 중단되면 생산량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의 생산 중단에 맞춰 오는 2020년 초 신규 SUV를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위해 르노 본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닛산 로그의 계약 종료에 맞춰 글로벌 르노닛산과 르노삼성이 몇 년 전부터 새 모델을 연구개발(R&D)해왔고 디자인과 브랜드 등을 조율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르노삼성의 노력에도 노조 파업으로 프랑스 본사는 마음을 돌리는 분위기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7일까지 스물여덟 차례 부분파업을 벌여 생산성이 뚝 떨어졌다. 4개월여 동안 104시간의 파업으로 5,000대가량의 생산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파업의 강도를 더 높이며 2시간씩 하던 부분파업이 4시간으로 늘었다. 최대 쟁점은 기본급을 10만677원 올리고 자기개발비 2만133원,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달라는 내용이다. 르노삼성은 인건비가 높아질 경우 해외 공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새로운 차종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노조와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회사는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후속 차종을 받은 후 보상하겠다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다. 일단 후속 물량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본사의 제조를 총괄하는 모저스 부회장이 노조에 공개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르노삼성이 지난 2014년 닛산 로그의 물량을 배정받은 큰 이유는 닛산 규슈공장보다 높은 효율성이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에 이어 인건비까지 높아지면 본사에서는 다른 해외공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르노삼성은 한국GM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모저스 부회장의 공개 경고를 심상찮게 보고 있다. 단순한 르노삼성 노조에 대한 본사의 우려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국내 자동차 산업과 노사관계에 대한 시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국계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의 강성노조에 지쳤다”며 “짐 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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