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업계가 넷플릭스·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공세에 더해 지상파와의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협상까지 겹쳐져 고심에 빠졌다. 업계에선 지상파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재송신료를 인상할 수도, 지상파를 송출 중단할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TV(IPTV)와 지상파간 CPS 협상에서 지상파가 현재의 두 배인 800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PS는 △2016년 360원 △2017년 380원 △2018년 400원으로 꾸준히 인상돼왔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의 영향력과 시청률이 과거와 같지 않은 상황에서 800원은 과도하게 높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800원에서 시작해서 최종적으로는 600~700원 사이로 조정하려는 전략인 듯 보인다”라며 “지상파 시청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인 400원도 높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IPTV 이후 지상파와 협상을 이어갈 케이블TV는 재송신료 범위를 두고서도 갈등을 겪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자 중 약 40%에 달하는 8VSB 가입자도 재송신료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8VSB는 디지털방송 전송 방식의 하나로 아날로그 가입자들도 고화질 방송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지상파는 재송신료 대상에 8VSB 가입자들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케이블TV는 제외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최근 울산방송(UBC)·SBS가 케이블TV방송사 JCN울산중앙방송을 대상으로 제기한 ‘재송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두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며 대립하고 있다.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8VSB 서비스는 2014년 3월 정부가 아날로그 가입자들이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허용한 복지정책의 일환”이라며 “8VSB 가입자를 디지털HD 가입자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8VSB 가입자를 재전송료 산정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확정한 첫 판결”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한국방송협회는 “대법원이 디지털HD·8VSB·아날로그 가입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JCN울산중앙방송에 가입하는 신규 가입자에게 지상파방송 프로그램 및 방송신호를 동시 재송신하지 말라는 명령을 했다”며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적법한 계약 없이 지상파방송을 아날로그 가입자 또는 8VSB 가입자에게 재송신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와의 CPS 협상 이외에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OTT와의 대결도 맞닥뜨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국내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을 시작으로 ‘좋아하면 울리는’·‘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 자체제작 비중을 늘리며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017670)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을 통합하고 LG유플러스(032640)는 구글과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아직 국내 이동통신사에 망사용료도 지불하지 않고 있어 비용은 국내 업체들이 대고 수익은 글로벌 업체들이 거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료방송 업계 1위인 KT(030200)의 경우 유료방송 합산규제 벽에 막혀 글로벌 업체들과 맞설 만한 덩치를 키우는 것도 어려워졌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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