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어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5,700대로 월평균 475대에 불과하다. 출시 초기 1,000대가 넘게 팔렸지만 신차효과가 꺼지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동일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사용한 제네시스 G70의 판매량을 보면 초라한 실적이다.
다만 국내 판매 실적만 놓고 스팅어의 성능을 논하긴 아쉽다. 타본 이들은 “수입 브랜드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 경쟁상대”라는 기아자동차의 포부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인다. 제네시스가 북미에서 진땀을 흘리는 사이 데뷔 첫 해만에 누적 1만대를 돌파하며 스포츠 세단으로서 입지를 다진 것도 이유가 있을 테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시승한 스팅어 3.3터보 GT는 전통적인 스포츠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팅어의 휠베이스는 2,905㎜에 달한다. BMW 320d 보다 95㎜나 길다. 동시에 1,400mm로 전고를 낮게 설계해 도로에 착 달라붙어 갈 듯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전면의 날카로운 헤드라이트와 타원형 듀얼 트윈 머플러에선 고성능 모델의 정체성이 물씬 풍긴다.
차에 타 액셀 페달에 슬쩍 발을 올렸다. 강한 토크가 걸린 뒷바퀴가 차를 묵직하게 밀어낸다. 가속 구간에선 풍성한 출력을 뽐냈다. 발끝에 무게를 좀 더 싣자 금세 110㎞/h까지 내달렸다. 속도를 더 내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탑재된 V6 3.3L 터보 GDI 엔진은 최고 출력 370마력과 52.0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급코너에 들어섰다. 코너를 끼고 세차게 내달리는 동안 흔들림이 없다. 저 앞의 목표 지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달릴수록 바닥에 달라붙는 차체와 몸을 감싸는 시트는 몰입감을 더했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 시뻘겋게 물든 계기판까지 보고 있자니 되레 속도를 더 내고 싶어진다.
겁 많은 기자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자 차는 즉각 반응했다. 고성능차라도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체 뒷부분이 살짝 흔들리곤 했는데 스팅어는 그렇지 않았다.
19인치 휠을 감싸는 미쉐린 타이어와 브렘보 브레이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승을 마치고 핸드폰을 꺼내 스팅어를 검색해봤다. 5,000만원대의 가격이 눈에 들어온다. 고성능 스포츠세단을 갖고 싶긴 해도 30대 초반 기자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압도적인 수입차의 프로모션을 떠올리며 가격을 견줘보게 된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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