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제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역대 최대로 폭증한 반면 국내 생산능력은 사상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과 자동차·화학제품 등 주력 제조업이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생산 기반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한국수출입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1% 감소해 197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1~9월 제조업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은 124억5,100만달러에 달해 연간 기준으로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80년 이후 역대 최대치였다. 2010~2017년 연간 제조업 해외 직접투자액 평균 84억7,100만달러의 1.5배 수준이다.
해외 직접투자는 경영을 목적으로 해외로 나간 금액을, 제조업 생산능력은 기업이 정상적인 조업환경일 때 국내에서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양을 뜻한다. 2000년대 이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제조업의 해외 직접투자도 매년 꾸준히 발생했지만 이제까지 국내 생산능력이 줄었던 적은 없었다. 제조업체들이 부가가치나 기술 수준이 낮은 부문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 국내에 남은 생산 설비와 인력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전환하는 식으로 생산능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9개월 만에 제조업의 해외 투자가 2010년대 연간 평균 증가율(7.3%)의 8배 수준으로 급증한데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 생산능력까지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생산능력 감소는 국내 설비 증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으로 국내 공장을 늘리거나 새로 짓지 않고 해외 공장을 늘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분야별로 뜯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반도체와 컴퓨터 제조업 등이 속한 전자부품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1~9월 해외 투자액이 46억1,500만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였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하면 404.4% 급증해 2010년대 평균 증가율(24.4%)의 17배였다. 반면 생산능력지수는 0.1% 늘어나는 데 그쳐 1993년(-2.6%) 이후 15년 만에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동차 제조업도 지난해 1~9월 해외투자액은 1년 전보다 184.9% 급증한 27억2,1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였지만 생산능력지수는 오히려 3% 감소해 1981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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