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끝난다고들 하는데 왜 끝났다고 보나요. 그린에너지를 활용하면 내연기관도 탄소배출량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에 집중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는 머지않은 미래에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10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만난 헤르만 펭(51·사진) 아우디 이퓨얼(e-fuel) 프로젝트 총괄은 ‘내연기관의 종말’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아우디폭스바겐그룹에서 바이오연료 개발과 적용 등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펭 총괄은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했던 1세대 바이오연료와 달리 우리는 식량과 거리가 먼 짚단을 원료로 삼아 풍력과 태양열 등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를 이용해 아우디만의 이퓨얼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펭 총괄은 화석연료든 전기든 자동차가 쓰는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까지 계산해야 진정한 저탄소 차량을 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배기가스 면에서는) 친환경일 수 있지만 완전히 깨끗한 전기차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차가 사용하는 전기까지 그린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술 수준에서 차량제조-화석연료 생산과 이동-주행이라는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합산하면 전기차(㎞당 105g)와 천연가스차(141g), 가솔린차(153g)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의 탄소저감정책이 자동차 주행에만 맞춰질 경우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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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아우디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탄소저감 효과가 있는 그린에너지 이퓨얼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배터리 메이커 등 전기차 핵심부품 제조사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펭 총괄은 “이퓨얼은 시제품 단계지만 공장에서 매일 생산되고 있다”며 “이퓨얼의 한 종류이자 탄소배출 저감효과 인증마크 ‘TUV’를 따낸 ‘이가스(e-gas)’의 경우 기존 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우디가 연료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아우디는 어디까지나 자동차를 둘러싼 제조와 생산, 소비 전 단계에서 탄소배출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것이 현실화할 수 있지를 증명하려는 것”이라며 “쉘이나 셰브런 같은 화석연료 제조회사의 역할을 침범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아우디는 대안 연료인 이퓨얼을 활용하는 옵션 외에 전기차와 수소차 등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펭 총괄은 “현재 아우디가 전기차에 상당한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미래를 알아맞힐 수 없기에 이퓨얼은 물론 수소차도 유력한 옵션으로 두고 개발 중”이라며 “수소차는 이르면 내년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펭 총괄은 글로벌 소재기업 알칸타라의 후원으로 지난 7~8일 이틀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5회 국제지속가능성 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서 아우디의 효과적인 탄소저감 계획을 발표했다. /베네치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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