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모집인이 카드사의 비용 절감을 위한 ‘희생양’으로 내몰린 것은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의 여파가 막대한데다 고객 유치 방식이 대면 방식에서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방식으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발표된 카드 수수료 종합대책으로 감소하는 카드사들의 연간 수익은 8,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 확대 △지불결제사업자(PG사)를 이용하는 온라인 사업자 및 개인택시사업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등까지 포함하면 수익 감소분은 1조4,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올해부터 3년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 규모가 1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의 여파는 이미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2위인 삼성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익이 3,4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감소했다. 성장세가 가팔랐던 KB국민카드도 270억원 규모의 캠코 지분 매각 관련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지난해 당기순익이 3,020억원으로 전년(2,968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고비용의 카드 모집인 채널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비용인 비대면 채널을 확장하겠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올해 전략이다. 카드사들은 모집인이 카드 한 장을 유치할 때마다 10만~15만원의 모집 수당을 지불해왔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비대면 채널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경우 연회비 100%에 해당하는 금액만 돌려주면 된다”면서 “온라인 채널이 확대되면 모집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들이 비대면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이 거느린 넓은 오프라인망과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카드 모집인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우리카드는 기존 고객 이탈을 막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리텐션마케팅부를 신설했으며 하나카드의 경우 온라인 발급 비중이 50%가 넘는다.
이 같은 비용 절감 전략에도 실적이 급감할 경우 대규모 감원 한파가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것이 카드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 지난 2015년에도 중소·영세 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가 인하되자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총 직원 수가 2015년 6월 1만3,115명에서 2016년 6월 1만2,106명으로 1년 새 1,000여명 줄었다.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올 상반기 각종 비용 절감에 따른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하반기부터 추가적인 감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드 업계는 추가 구조조정이 현실화되지 않으려면 고객 혜택으로 지불하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등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달라는 것이 카드사들의 요구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담은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실제 카드사들이 혜택을 줄일 경우 소비자로부터 줄소송을 당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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