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상승장이 주춤하면서 순환 장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상승 국면으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약해지면서 개별 종목, 업종, 사이즈 등에 따라 주도주가 바뀔 기미가 엿보인다는 관측이다. 증권가에서는 중소형주, 산업재 섹터, 여전히 몸값이 낮은 개별 종목 등을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2월 들어 1.09% 하락했다. 지난달 8.02%나 올랐지만 이달에는 4거래일 중 3거래일 하락했다. 지난달 4조원 넘게 사들였던 외국인투자가들도 이달에는 926억원을 매수하는 데 그쳤고 특히 최근 2거래일은 연속 순매도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팔자 우위의 스탠스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작은 금액이나마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는 5,18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서 6,060억원을 순매도한 데 비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덕분에 이달 들어 코스닥지수는 코스피와 대조적으로 2.31% 상승했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 중심으로 적극 순매수하면서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코스닥으로 옮겨간 외국인 순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증권가에서는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에 주목하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표 업종인 반도체의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2,200선을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미국 기준금리 동결, 국내 금리 하락, 신용잔고 증가 등 유동성이 늘어날 신호에 따라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이달 1.44% 떨어진 반면 중형주·소형주 지수는 각각 0.41%, 0.64% 오르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김상표 연구원은 “북미정상회담·미중무역회담 등 굵직한 글로벌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가운데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외국인 중심의 양호한 수급이 계속되며 개별 종목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코스닥 제약·바이오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가 확대된다면 코스닥 상승세도 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재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이어 미국 정부도 인프라 투자 등 재정정책을 내놓으면서 관련 종목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높아진 실업률, 낮아진 대통령 지지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약이었던 인프라 투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계·건설 등 산업재 섹터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여전히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저PER주, 증시 변동성이 커져도 배당 수익으로 만회할 수 있는 고배당주 등이 ‘옥석’으로 꼽힌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상향 조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기업 실적보다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고배당주, 배당 확대가 기대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순매수하고 있다”며 “고배당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배당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배당률이 높은 우선주, 배당이 박한 중소형 지주 등도 몸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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