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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규칙에 막혀...재활용될 바나듐<에너지 저장장치 원료> 40% 해외로

<文대통령 지적한 행정규제 어떻길래>

1.6만 항목 미로 같이 얽히고설켜

고쳐도 훈령·예규·고시 등서 발목

개정 미반영 배치사례도 4,900건





국내 재활용 업체는 정유사에서 폐촉매를 사들여 장사를 한다. 폐촉매는 탈황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희유금속인 몰리브덴과 바나듐이 들어 있다. 이들 금속을 빼내 합금철 제조업체나 철강업체에 파는 셈이다. 문제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다. 규칙에는 폐촉매를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돼 있다. 과거 폐촉매를 매립·폐기하던 시기에 맞춘 것인데 기한이 정해져 재활용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폐촉매 연간 발생량의 약 40%가 해외로 나간다. 미로 같은 행정규칙에 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행정규칙은 법이나 시행령 밑에 있지만 현장에서 업체들의 경영활동을 실질적으로 옭아매는 족쇄가 되기 때문이다.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각 부처의 행정규칙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대적인 정비작업을 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등록된 부처별 행정규칙을 조사한 결과 대표적인 규체부처인 환경부가 1,219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토교통부(1,115건)와 해양수산부(1,058건)가 뒤를 이었고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도 1,021개에 달했다. 의료와 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823개, 의약품과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93개였다. 부처별 수치를 모두 더하면 1만6,022개다.



업계에서는 행정규칙이 과도하게 복잡하고 자세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소차충전소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지만 공동주택과의 거리 규정을 현행 50m에서 25m로 줄이는 작업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정부 계약예규는 용지가 매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발주를 하도록 해 각종 민원과 그에 따른 착공 지연을 시공사들이 부담하고 있다.

법이나 시행령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한국법령정보원이 지난해 전국 41개 시군구 지방자치단체 규칙을 따져보니 법이나 시행령 개정 사항을 반영하지 않거나 배치되는 사례 등이 4,908건에 달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행정규칙이 지나치게 구체적인 규제를 하고 있어 기업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정순구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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