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콜마에 인수된 CJ헬스케어가 국산 신약 중 최대 규모의 해외 수출계약을 따냈다. CJ헬스케어 인수로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까지 받았던 한국콜마는 이번 계약으로 단숨에 글로벌 신약을 보유한 바이오제약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CJ헬스케어는 멕시코 제약사 카르놋과 8,400만달러(약 1,008억원) 규모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그간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이 수조원 단위의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적은 여럿 있지만 국산 신약 완제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카르놋은 오는 2022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중남미 17개국에 케이캡을 출시할 계획이다. CJ헬스케어는 향후 10년 동안 카르놋으로부터 계약금, 국가별 기술료, 순매출 로열티, 제품 공급금액 등을 수령한다. 중남미 의약품 시장은 소득수준 향상과 인구 증가로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표적인 신흥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신약 30호로 허가받은 케이캡은 30년 넘게 쌓아온 CJ헬스케어의 신약 경쟁력을 집약한 제품이다. 앞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는 글로벌 1위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보다 치료 효능과 복용 편의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넥시움은 매년 글로벌 시장에서 2조원 이상 팔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제약사 뤄신이 9,529만달러(약 1,143억원)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많다. 글로벌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시장은 25조원에 이르고 중국만 3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비메디맥스와도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CJ헬스케어의 이번 신약 수출로 모기업인 한국콜마는 단숨에 글로벌 신약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연매출 2조3,000억원 수준인 한국콜마가 1조3,100억원을 들여 CJ헬스케어를 인수할 때만 해도 무리하게 제약 시장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CJ헬스케어 인수 후 성공적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고 글로벌 수출도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을 깔끔하게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CJ헬스케어 입장에서도 케이캡의 글로벌 진출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하며 출범한 CJ헬스케어는 1997년 세계 첫 녹농균 백신 ‘슈도박신’을 국산 신약 7호로 개발해 허가까지 받았지만 경쟁력 부족으로 출시를 못한 채 철수한 바 있다.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는 “이번 ‘케이캡’ 수출은 국산 신약의 우수성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앞으로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에도 진출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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