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에너지 연구장치인 ‘한국형 인공태양(KSTAR)’이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장치로는 처음으로 ‘플라즈마 중심 이온온도 1억도’를 달성했다. 이로써 2050년대 핵융합발전소 건설이라는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과학원 플라즈마물리연구소가 플라즈마 1억도 실험에 성공했다고 CCTV가 밝혔으나 이는 핵융합 원료인 이온이 아닌 전자의 온도를 높인 것이라는 게 핵융합연구소의 설명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NFRI)는 KSTAR가 지난해 8~12월 진행한 플라즈마 실험에서 핵융합의 가장 핵심적 운전조건인 플라즈마 중심 이온온도 1억도(9keV)를 1.5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는 태양 중심온도(1,500만도)보다 7배 정도 높다. 핵융합발전소는 수소가스를 태양의 내부온도보다 10배나 높은 1억5,000만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방사선 발생도 없다.
핵융합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초고온의 고밀도 중수소와 삼중수소 이온을 안정적으로 장시간 가둬두고 외부의 보조가열 없이 자발적으로 핵융합이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핵융합으로 생성된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유석재 핵융합연구소 소장은 “중수소와 삼중수소 간 핵융합이 일어나는 최적의 온도는 1억5,000만도”라며 “핵융합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연료는 바닷물로부터 거의 무한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과학원 플라즈마물리연구소는 핵융합 실험로인 이스트(EAST)를 활용해 1억도의 열을 내는 ‘인공태양’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이온이 아닌 전자의 온도를 높인 것이라는 게 핵융합연구소의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 2017년 7월 5,000만도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101.2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한 바 있고 오는 2035년 핵융합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 플라즈마물리연구소 측은 당시 “안정적인 핵융합로 가동을 위한 여러 물리학적 조건을 충족하는 데 근접했다”며 “인류의 청정 핵에너지 개발에 중요한 기술적 토대를 놓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핵융합연구소 측은 KSTAR의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는 중성자입자빔가열장치(NBI-1)로 플라즈마 중심부를 효과적으로 가열해 이온온도를 높인 것으로 중국보다 다소 기술적 우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KSTAR는 2017년 전자온도 7,000만도의 플라즈마를 약 90초간 유지하는 고성능 플라즈마 모드(H-모드) 운전에 성공한 바 있다. KSTAR는 올해 NBI-2를 활용해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를 10초 이상 유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프랑스 카다라슈에 국제공동으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운영 단계에서 고성능 플라즈마 실험을 주도할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현재 중국과 미국·한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인도 총 7개국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ITE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ITER은 2035년부터 보조가열 없이 1억5,000만도에서 자발적 핵융합 유지에 대한 실험을 통한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핵융합연구소는 20~22일 코엑스에서 KSTAR 운전 1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국제핵융합학술대회 ‘KSTAR 콘퍼런스 2019’를 연다. 윤시우 KSTAR연구센터장은 “핵융합발전소가 현실화하려면 굉장히 많은 기술적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면서도 “인공지능과 가상현실(VR)·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힘입어 연구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유럽·일본이 핵융합 연구를 빨리 시작하기는 했으나 후발주자인 한국과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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