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트라우마 치료할 뇌 회로 발견

IBS 신희섭 단장 연구팀

시신경 자극 동물실험으로

공포반응 감소 효과 규명

양측성 자극을 이용해 공포기억 반응 감소 효과를 일으키고 동시에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으로 가는 신경 신호를 전달을 억제하자 공포반응이 재발했다(위). 양측성 자극 없이 광유전학으로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으로 이어진 신경회로를 자극하자 공포반응이 오랫동안 억제됐다(아래). /사진=IBS

국내 연구진이 시각자극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원리를 밝히고 공포기억을 관장하는 뇌 회로도 확인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신희섭 단장 연구팀은 14일 ‘네이처’에서 PTSD를 치료하는 심리치료 요법의 효과를 쥐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입증하고 새로운 뇌 회로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트라우마 치료법 중 하나로 환자가 공포기억을 회상하는 동안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게 시각적 자극을 주는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이 사용된다. 환자가 공포기억을 회상할 때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는 등 양측성자극(ABS)을 주면 공포기억이 감소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EMDR을 생쥐에게 적용한 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의 원리를 밝히고 광유전학 기법으로 뇌에서 안구운동·주의집중 등을 담당하는 상구(SC)와 상구에서 오는 신경신호를 받는 중앙 내측 시상핵(MD), 공포기억이 저장되는 편도체로 이어진 신경회로가 공포기억을 관장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생쥐에게 특정 소리와 함께 전기자극을 주면 공포기억이 형성돼 그 소리만 들려도 몸이 굳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소리를 들려주되 전기자극을 주지 않는 훈련을 반복하면 공포기억이 서서히 줄어든다.



연구진은 생쥐가 소리에 공포반응을 보일 때 좌우로 반복해서 깜빡이는 LED 빛 자극(양측성 자극)을 주면 자극이 없을 때보다 공포반응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포반응이 재발하는 비율도 전통적 공포기억 제거 방법보다 훨씬 낮다는 것도 파악했다.

신희섭 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

연구진은 행동·관찰 실험과 신경생리학 기법 등으로 생쥐의 공포반응 감소 효과가 시각적 자극을 받아들인 상구에서 시작해 중앙 내측 시상을 거쳐 편도체에 이르는 신경회로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광유전학 기법으로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편도체로 이어지는 신경회로를 강화하면 공포반응 감소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지만 역으로 이 회로를 억제하면 공포반응 감소 효과도 사라진다.

신 단장은 “앞으로 공포기억 억제 회로를 조절하는 약물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해 PTSD를 쉽게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본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