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032640)가 14일 CJ헬로 인수를 확정하면서 SK텔레콤의 인수시도 무산 3년 만에 ‘선수’를 바꿔 성공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이례적으로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전면 불허했지만 지금은 여러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려면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3년 전 불허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유료방송 사업자인 CJ헬로의 지리적 시장이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별 단위라는 점이었다. CJ헬로는 23개 권역에서 점유율 50%가 넘는 1위였다. 이 기준이라면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을 하는 어떤 사업자라도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독과점이 심화 된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펴낸 방송시장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는 시장 획정 기준을 권역별로 적용하되, CJ헬로와 같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방송구역에서 지리적으로 연속되어 있고 상품구성과 가격이 같아 광역화 추세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CJ헬로가 하는 디지털 유료방송은 전국을 기준으로 시장을 넓혀서 볼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J헬로와 LG유플러스, SK텔레콤이 모두 참여하는 알뜰폰 사업 역시 쟁점이다. 알뜰폰 사업은 통신3사가 도매사업자로 통신망을 제공하고 통신사 계열사 및 CJ헬로 등이 소매사업자로 알뜰폰 서비스를 소비자에 제공하는 형식이다. 3년 전 공정위는 알뜰폰 소매사업자 중 1위인 CJ헬로와 2위인 SK텔링크(SK텔레콤 계열), 도매사업자 중에서도 1위인 SK텔레콤이 합치면 시장의 독과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소매시장에서 10위권 밖으로 도매사업자로서도 KT와 SK텔레콤에 크게 뒤진다. 알뜰폰 도매시장 전체의 경쟁 상황이 매년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양사 간 결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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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비해 새롭게 등장한 유료방송 플랫폼인 온라인동영상제공(OTT) 사업에서는 LG유플러스가 사업자 중 가장 유료 고객이 많은 1위에 해당한다. 공정위가 OTT 사업을 기존 유료방송 상품의 대체재로 분류한다면 LG유플러스에는 불리할 수 있다. 다만 방통위 보고서는 OTT사업이 대체재보다는 보완재 성격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일부 시정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은 통신사와 방송사 간 결합으로 결합상품 시장에서 독과점 요소가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조금 등의 지급이나 요금 인상 정도를 제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공정위가 시장점유율 등 눈에 보이는 통계뿐 아니라 각 사업자의 성장 속도 및 시장 재편 상황 등 정성적인 요소를 판단할 것”이라며 “2016년에 비해 조건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을 사들이되 바로 합병하지 않는 것은 공정위 보다는 방통위 심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KT가 KTF를 인수할 때나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할 때도 지분만 사들였고 합병은 뒤로 미뤘다. 공정위는 KT는 허용하고 SKT는 불허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수와 합병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다르지 않다”면서 “기준은 해당 기업의 지배력을 확보했는지와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통위 심사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송법에 따르면 CJ헬로의 SO는 지역성을 구현할 의무를 지고 있어서 LG유플러스의 IPTV와 합치면 지역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운영하기 위해 합병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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