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달러화 강세 등의 여파로 급락장을 경험했던 주식시장은 올해 초 미중 무역협상, 달러화 강세의 진정 등에 힘입어 예상과 다르게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전체 증시 방향을 좌우하는 모습이 보이면서 펀더멘털 못지않게 글로벌 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슈로더투신운용의 사이먼 도일(사진) 글로벌 타깃 리턴 펀드 매니저는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변수 중 하나인 미국 경기 회복세와 관련해 “2020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잠재적인 지표들이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가 올 하반기 증시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 추세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이러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인 금리 인상, 무역분쟁, 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강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2~3회에 걸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상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에 따라 연준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1월 말 연준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로 동결하고 성명을 통해 향후 금리 조정과 관련해 인내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정적으로 반영된 문구인 ‘점진적인 추가 금리 인상’이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또 필요한 경우 보유자산 축소 계획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방침도 드러냈다.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효과가 있는 자산 축소 속도를 늦춰서 긴축 속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도일 매니저는 “연준이 이전보다 훨씬 균형 잡힌 금리 전망을 내놓았다”며 “시장의 압박과 무역 긴장이 미래의 성장 전망에 미칠 영향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정치적 관계 측면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협상안을 도출하려고 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까지는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추세였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바라보면서 양국 간 긴장 완화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협의는 양측 모두 겨우 원하는 것을 얻는 형태로,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칠 것이며 향후 양국 간 긴장과 지정학적 이슈들이 확대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 동력으로 떠오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달러화 강세 진정에 의한 한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국 시장에 대한 기대 수익률 개선의 결과로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도일 매니저는 “미국 달러화가 약해진다면 신흥국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상승 랠리를 강하게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이는 단기적인 이슈에 그칠 것이며 올해 후반부로 갈수록 신흥국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달러화 강세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흥국 중 최근 주가 수준이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국가로는 한국, 싱가포르, 대만을 꼽았다. 그러면서 “2020년 글로벌 경제 침체가 현실화되면 한국 증시에도 영향이 미치겠지만 단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려고 한다”며 “미국 소비시장에 노출돼 있는 일부 소비재 관련 대형주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한 축이자 신흥국 시장의 주요 변수인 중국 경제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게 될 지 주목받는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해 그는 과거와 비교하면 덜 적극적인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지금까지 나온 정책들만으로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추세를 실질적으로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경제가 피해를 입은 만큼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경제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일 매니저는 2018년 상반기를 포함해 지난 5년 동안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뒀으나 앞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가치주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최근 슈로더 글로벌 타겟 리턴 펀드의 자산 구성에서 성장주 비중을 줄이는 대신 가치주 비중을 확대했다. 특히 최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식 시장 조정은 단기적인 매수 기회로 보고 추가적인 약세가 나타나면 위험 자산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펀드의 주요 자산유형별 비중은 방어형 68.4%, 분산형 8.9%, 성장형 22.7% 순이다. 이처럼 채권, 글로벌 투자등급 회사채, 미국 국채, 현금성자산 등으로 구성된 방어형 자산은 지난해 4·4분기에 나타난 하락장에서 수익률을 방어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도일 매니저는 “슈로더 글로벌 타겟 리턴 펀드는 손실 위험을 염려하는 투자자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투자자들이 3년 이상 투자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라며 “수익 목표뿐만 아니라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위험 목표를 내세우고 있고, 명확한 위험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다른 상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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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도일 슈로더투신운용 글로벌 타깃 리턴 펀드 매니저는 현재 호주 채권 및 멀티에셋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1988년 호주 AMP그룹의 자산운용사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에 입사해 15년 간 이코노미스트 및 전략을 담당했고 2003년 슈로더그룹 전략 총괄 책임자로서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전략 및 자산배분 리서치를 담당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맥쿼리대학교에서 응용재무학 석사를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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