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 출범 기념 한미중 콘퍼런스에 참가한 미국과 중국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대화를 통한 이견 해소에 실패할 경우 전 세계가 신냉전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쟁과 같은 물리적 충돌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미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갈등과 대결 상황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상호주의 관점에서 이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플턴 로이 전 주중대사는 14일 서울 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군 현대화를 앞세운 중국의 군사 패권주의 야망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양국 간 현재의 근원적인 갈등 구도는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의 관세 압박 등이 중국의 핵심 이해를 손상시킨다며 국제질서 갈등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 같은 개입 정책은 각국의 국익을 존중하는 기본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는 “미중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이는 상대국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면서 “양국에서 강경론이 여전하지만 힘을 통해서만은 갈등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와 같은 미중 대결 분위기는 악의를 가진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면서 “러시아와 북한이 미중 간 마찰을 악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측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 관계가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으로 전에 없이 악화했다”고 주장하며 “양국 갈등은 중국의 개혁개방 의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동아시아는 물론 국제질서에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현재 양국 무역갈등 악화 국면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쪽은 미국”이라며 “미국이 경제와 정치 여러 이슈에서 계속 대중 압박을 가한다면 중국은 여기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미중 관계 역사를 비춰보며 중국은 여러 대외 갈등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중국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미국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계속 압력 수위를 높인다면 중국으로부터 실용주의는 물론 미국이 원하는 경제적 구조 변화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중국 지도부에서는 현재의 미중 관계를 아주 냉정하게 점검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재권 이슈와 외국인 투자, 기술이전 문제 등 여러 의제에서 변화가 중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많지만 외부에서 무리한 압력이 가해질 경우 이것이 중국의 정치와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양국은 투자 등 여러 경제적 이슈에서 상호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현재 서로의 가치 차이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면서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차이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건설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공통의 바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병문기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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