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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선출직 민간단체장' 그들만의 세상…기업 총수 못잖은 예우에 인사·예산권 쥐락펴락

"중기중앙회장, 전경련 회장보다 입김 세"

국회의장·여야대표 언제든 원할때 만나

230만명 거느린 '農통령' 농협중앙회장

삼성보다 많은 '530조' 규모 자산 굴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2015년 5월12일 중앙회를 찾아온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위쪽사진부터). 박 회장은 2016년 6월27일 국회를 방문해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중소기업계 현안을 협의했다. /사진제공=중기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를 일컬어 경제5단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 단체 회장 중 과연 대(對)정부·국회 발언권이 가장 센 이는 누굴까. 대기업 회장들이 주로 맡는 전경련 회장이나 대한상의 회장 발언권이 가장 셀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관계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주저 없이 “중기중앙회장”이라고 답한다. 중기중앙회장의 단골 별칭은 ‘중통령’이다. 여기에서의 ‘중(中)’은 중소기업의 중이지만 대(大)통령 다음가는 위치라고 해서 ‘중통령’이라는 우스개까지 있을 정도다.

실제로 중기중앙회장은 정부와 국회 행사에서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국회의장이든 여야 대표든 원하면 언제나 만날 수 있다. 중앙회장 선거 후보들은 “중소기업계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는 얘기를 망설임 없이 한다. 중기중앙회장은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의 고정 멤버이기도 하다.

중기중앙회장의 권한은 왜 이렇게 막강한가. 바로 중소기업 진흥이라는 국가적 명분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건국 이래 중소기업이 정부의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아닌 적이 없었다. 게다가 중기중앙회장은 대통령을 비롯한 누군가가 시켜줘서 하는 기관장이 아니다. 민간단체장이지만 선거에서 당선된 선출직이라는 점이 바로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이 때문에 그 어떤 정치인과 관료도 중기중앙회장의 말을 무시하기 어렵다.

중기중앙회장은 경제적인 이익도 상당한 자리다. 중앙회에서는 급여를 받지 않지만 월 1,000만원선의 활동비를 쓸 수 있다. 중기중앙회가 최대주주인 홈앤쇼핑으로부터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보수를 받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홈앤쇼핑 내부 자료에 따르면 김기문 전 중앙회장은 홈앤쇼핑으로부터 2012~2015년 약 26억7,00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고 박성택 현 중앙회장은 약 7억원을 받았다.

임직원 400명의 조직과 공제기금을 제외하고도 4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중기중앙회를 통솔하는 ‘맛’도 중앙회장이 가진 매력 중의 매력이다. 중소기업 오너 중 이렇게 큰 규모의 조직을 다스려 본 사람은 없다. 중기중앙회의 인사권과 연 288억원(일반회계) 예산권을 한 손에 쥐고 엘리트로 구성된 중기중앙회 임직원들의 보좌를 받는 것은 대기업 회장이 되기 전에는 경험할 수 없는 특전이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 중소기업 오너라도 중기중앙회장만 되면 하루아침에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사옥(중기중앙회관)을 가진 전국구 회장님이 되는 것”이라며 “돈과 권력·지명도·발언권 등 모든 것을 가진 국가 중요 인사가 되는 점이 중앙회장 도전자들을 욕망에 불타게 한다”는 평을 내놓았다.



농협중앙회장은 약 230만명에 달하는 조합원 농민들의 대표라는 점이 힘의 근원이다. ‘지방에서는 시장·군수, 지방의회 의장, 경찰서장 다음가는 권력자가 농협 조합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농협중앙회장은 이들 조합장의 대표다. 특히 농민 표심이 중요한 지방 정치인들에게 농협중앙회장은 누구보다도 중요한 존재다. “대통령이 센지 농협회장이 센지 모르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아마도 이런 배경 때문에 나왔을 것이다.

자산도 힘의 배경이다. 농협중앙회 자산은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마저 압도한다. 2017년 기준 중앙회의 자산은 119조원. 여기에 금융지주 자산 400조원, 경제지주 자산 13조원까지 합치면 약 530조원이다. 이는 2017년 처음 300조원을 돌파한 삼성전자 자산 규모보다도 크다. 30여개의 자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도 10만명에 가깝다. 농민의 조직이 이렇게 거대해지다 보니 ‘조합은 농민 위에, 중앙회는 조합 위에 군림한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농협중앙회가 각 지역조합에 내려보내는 교육비·지원비 등도 중앙회장의 힘을 뒷받침한다.

보수도 만만치 않다. 농협중앙회장의 연봉은 7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중앙회에서 받는 금액만 3억7,000만원인데 겸임하는 농민신문사 사장 자격으로 3억5,0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한다. 퇴직금도 상당하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원병 전 회장은 5억7,600만원의 퇴임공로금을 받았다. 농민신문사도 5억4,200만원의 퇴직금을 최 전 회장에게 지급했다. 최 전 회장이 임기 8년 동안 받은 연봉과 퇴직금을 합치면 60억원이 넘는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처럼 막강한 농협중앙회장의 힘을 빼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부가 임명하던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지역 조합장들이 선출하는 직선제로, 또다시 대의원이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꾼 데 이어 연임 규정까지 폐지했다. 법규상 농협중앙회장을 명예직화했지만 여전히 회장의 힘은 막강하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회장 선거가 간선제로 바뀌고 연임도 금지되면서 과거보다는 힘이 많이 빠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전국적 조직인데다 이런저런 간접적 방식으로 인사와 예산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그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선출되는 수협중앙회장의 파워도 만만치 않다. 수협중앙회의 8조원 넘는 사업과 지역조합에 대한 감사권이 힘의 원천이다. 이 때문에 수협중앙회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하다. 부정부패와 선거 잡음이 끊이지 않자 정치권은 2009년 수협법을 개정해 중앙회장의 연임을 금지했다. 다만 중임은 허용된다. 그러나 김임권 현 회장은 연임을 시도하다 포기했고 결국 22일 열리는 선거는 3파전으로 벌어진다. 해양수산부의 한 관계자는 “어촌은 규모는 농촌보다 작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 오히려 더 폐쇄적”이라며 “농협중앙회장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영향력은 더욱 세다”고 말했다.

민간금융협회장도 만만치 않은 힘과 보수를 누린다. 특히 신협중앙회장은 전국 900여 조합 약 600만명 조합원을 대표하는 위상을 지닌 파워맨이다. 연봉은 2억5,000만원 정도로 다른 금융협회장에 비해 적지만 임기는 4년으로 길고 안정적이다. /맹준호·박형윤·손구민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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