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대기업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빈 대접을 받을 방법이 있다. 향토 농업단체 조합장에서 단숨에 총자산 119조원을 관할하는 막강 파워의 회장님이 되는 수단도 있다. 바로 각각 ‘중소기업 대통령’과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장과 농협중앙회장 얘기다.
굳이 별칭에 ‘대통령’을 붙인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 세계에서는 무소불위의 ‘원톱’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대통령이 센지 농협회장이 센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인정할 만큼 화려한 ‘왕관’을 거머쥐기 위해 목숨 걸고 이 자리에 뛰어드는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얻고자 하는 이가 많으니 당연히 치열한 선거를 거친다. 정치권이 아닌 민간 영역에서 선거로 회장을 뽑는 제도는 이런 이유에서 나왔다.
그러나 선거판 자체가 상호비방과 온갖 네거티브로 얼룩졌고 때로는 금권선거 시비까지 벌어졌다. 선거 과정에서 각종 송사에 걸려 재판을 받은 경우도 다반사다. 당선된 후도 문제다. 권력과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형사 처벌을 받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감옥을 가장 많이 가는 기관장은 농협중앙회장”이라고 했을까.
이런 가운데 민간단체 선출직 회장 선거 시즌이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5명이 출사표를 던진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오는 28일 치러지며 농협의 경우 전국 조합장을 뽑는 동시선거가 3월13일 진행된다. 전국 조합장의 지도가 어떻게 그려지느냐는 내년 3월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향배와 직결된다. 연간 8조원을 굴리는 수협중앙회 역시 후보 3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오는 22일 회장을 선출한다. 그 세계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일일지 모르나 이들에게는 대통령선거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대통령선거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벤트이자 건곤일척의 승부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들 모두 선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복되는 흑역사로 얼룩진 만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번 선거 역시 과열이다. 후보 간 진흙탕 싸움의 극단을 보여줬던 지난해 초 제35대 신협중앙회 선거와 같은 혼탁 양상이 이번에도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맹준호·박형윤·손구민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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