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우승할 때는 ‘이제 됐다’ 싶었는데 다시 출발선에 선 느낌이에요. 부담도 되지만 또 부딪쳐봐야죠.”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데뷔 첫 우승에 성공한 박결(23·삼일제약). 그는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지난 14일 잠깐 짬을 내 귀국했다. 15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19 FJ(풋조이) 쇼케이스’에 참석한 그는 16일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간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전지훈련은 오는 3월11일 끝나며 4월부터 본격적인 새 시즌을 출발한다.
박결은 오전6시30분에 일어나 오후8시30분까지 이어지는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오전8시부터 라운드를 돈 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샷 훈련, 저녁에는 쇼트게임 훈련에 매진한다. 너무 힘든 스케줄 아니냐는 물음에 박결은 “그래도 낮잠 시간이 있어서 괜찮다”며 웃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골프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 시드순위전을 1위로 통과한 뒤 2015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박결. 4년간 우승 없이 준우승만 여섯 번으로 속앓이하던 그는 ‘미녀 골퍼’ 별명에 더해 넉 달 전 ‘우승 선수’ 타이틀도 얻었다. 지난해 10월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끝난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8타 차 대역전극으로 우승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105전 106기였다.
마지막 날 필드에 입고 나간 의류가 심심치 않게 ‘완판’ 기록을 남길 정도로 옷맵시가 좋은 박결은 우승과 함께 선수 후원 시장에서 주가가 더 폭등했다. 지난해 미국과 국내 골프의류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FJ가 박결을 잡았다. 박결은 FJ의 브랜드 앰배서더로서 FJ의 의류와 골프화·장갑을 착용하고 새 시즌 KLPGA 투어를 누빈다. FJ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일찌감치 박 선수를 눈여겨봐왔다. 발전을 위한 성실한 노력과 골프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했고 선수 본인도 이미지 변신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결은 이날 미디어 행사와 일반 골퍼 대상 행사까지 총 세 차례 런웨이를 걸으며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이미지 변신뿐 아니라 박결은 경기 스타일 변신에도 힘쓰고 있다. 새로 의기투합한 김성윤 코치와 드라이버 샷 거리 늘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남자골프 ‘괴물’ 김경태의 재기를 돕는 코치다. 박결은 지난 시즌 페어웨이 안착률 2위(84.6%)가 말해주듯 똑바로 치지만 거리는 233야드(89위)로 다소 아쉬움이 있다. “그동안 거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 심했다”고 털어놓은 박결은 “예전보다 몸을 더 쓰는 스윙으로 바꾸는 중인데 일단은 볼에 100% 가깝게 힘이 전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다. 하지만 연습 때랑 실전이랑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몸에 완전히 익을 수 있게 더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박결은 첫 우승 뒤 첫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첫 승에 대한 축하를 받기 바빴는데 지금은 2승 언제 할 거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1승을 하면 2승 압박을 받고 2승을 하면 3승 얘기를 듣는 게 선수의 삶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 때문에 새 시즌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고요.” 박결은 그러나 “그럴수록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 2승에 대한 생각보다는 매 대회 꾸준히 톱10을 놓치지 않으면서 시즌 마지막에 상금랭킹 톱10에 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새 시즌 열릴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가는 생애 첫 대회다. 박결은 “처음 경험하는 타이틀 방어 도전이다. 우승에 대한 의지와 욕심이 없을 리 없다”면서 “잘 준비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고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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