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는 대형주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중소형주가 향후 반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중소형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코스피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는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연초 코스피 랠리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도 최근 코스닥 시장으로 쏠리는 흐름이어서 중소형주 장세에 힘을 실을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0.95% 상승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3.54% 상승하며 코스피 대비 4배 가량 아웃퍼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에는 코스피 지수가 8.03%, 코스닥은 6.1% 오르며 코스피가 코스닥보다 우위를 보이는 등 대형주의 강세가 나타났지만 이달 들어서 중소형주 중심의 장세가 나타나면서 시장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2월 들어 코스닥 지수가 강세를 보이면서 연수익률도 9.86%로 코스피(9.05%)를 역전했다.
향후 코스닥 지수의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배경에는 코스피보다 우위에 있는 실적 컨센서스가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조 2,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164조 5,9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3% 하락할 것으로 우려되는 코스피를 크게 앞서는 것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150 지수의 경우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이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이 2014년 이후 실적 증가 추세를 크게 앞서고 있다”면서 “반도체 등 코스피 시장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털이 코스닥의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주 가운데서 기업이익이 상향되는 업종과 종목을 선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중형주의 주가와 기업이익 동행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업종별로는 변동성이 낮고 기업이익이 상향되는 통신서비스, 필수소비재, 유틸리티의 비중확대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오락·문화 업종과 유통업종의 전년대비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각각 304.48%와 63.27%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업종과 정보기술(IT) 업종의 경우 외국인 매수에 대한 기대가 높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제약ㆍ바이오 업종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가 확대될 경우 코스닥 시장의 상승 탄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IT업종에서도 갤럭시 S10 시리즈 및 폴더블 스마트폰 발표, 대규모 OLED 투자 발표에 대한 기대가 고조될 수 있는 시기로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수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시장의 변화된 수급 상황도 코스닥 중심의 중소형주 랠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22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3,645억원을 순매수 했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넘게 사들이는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 660억원 순매수에 그친 것과 정반대의 모습을 최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10거래일간 외국인의 코스닥 시장 순매수 금액은 5,48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매도 금액(4,754억원)을 훌쩍 넘어섰다”면서 “지난달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에 대한 순매수 강도가 워낙 셌고 IT 대형주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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