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찾은 태국 최대 쇼핑몰 ‘아이콘 시암’은 방콕을 상전벽해로 만든 동남아시아의 떠오르는 관광명소였다. 지난해 11월 방콕 짜오프라야 강변에 둥지를 튼 아이콘 시암은 주중인데도 해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태국 여행이 해양스포츠의 성지로 꼽히는 푸껫이나 파타야에 국한됐었지만 최근 대형 복합쇼핑몰들이 방콕 시내에 들어서면서 전통시장과 대형 쇼핑몰 및 관광을 즐기러 방콕을 찾는 외국인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대기업이니 소상공이니 서로를 라이벌로 간주하고 경쟁하는 구도는 커녕 쇼핑몰 안에 태국 대표 지역의 소상공인을 입점시켜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도모하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유통업계가 ‘원스톱’으로 쇼핑·레저 등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쇼핑 데스티네이션(쇼핑 관광 명소)’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급성장하는 온라인쇼핑 시장, 폭염·강추위·미세먼지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쇼핑 수요와 방식 자체가 바뀌는 가운데 복합쇼핑몰이 최선의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앞다퉈 자국민의 편의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며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관련 시리즈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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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복합쇼핑몰은 백화점·마트·아웃렛 등 다양한 쇼핑채널을 흡수하며 일상적 장보기와 명품 쇼핑, 레저까지 갖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복합쇼핑몰 문화의 원조인 미국은 물론 왕실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관광지를 쇼핑과 결합한 태국,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자본주의·시장경제 논리가 투철한 중국, 사시사철 복합쇼핑몰에 모여드는 인도네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국 정부가 유통시장 활성화에 적극적인 것은 복합쇼핑몰이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오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유통은 골목상권에 갇힌 국면이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출점 제한과 월 2회 휴일 의무휴업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복합쇼핑몰에까지 이 같은 규제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골목상권·자영업자를 살리겠다는 정부 정책이 새로운 자영업의 피해자를 양산하며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방콕=변수연기자·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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