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등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지 못했다. 업무보고는 한 해 부처 업무 계획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다. 기업으로 따지면 연간 사업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인 만큼 중요도가 높다.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등은 지난해 말 일찌감치 업무보고를 마쳤다. 문 대통령이 부처의 업무 추진에 연초부터 속도감을 주기 위해 1월께인 보고 시기를 한 달여 앞당긴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장관이 바뀐 지 얼마 안 되는 부처 중 일부를 선정해 먼저 받았다.
나머지 부처는 올 1월 중 업무보고가 예상됐지만 일부 부처 개각과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밀려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는 게 관가의 관측이다. 보고가 미뤄진 부처들을 보면 지난해 말 개각 대상이 됐던 기재부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장관 교체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부처들이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가 “2월 중 개각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사실상 업무보고가 다음 달로 넘어간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교체될 장관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모양새는 그려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아직 청와대에서 업무보고 관련 일정에 대한 언급이 없어 대기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보고에 필요한 통계치 등 기초 자료 정도만 준비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2월 중 업무보고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서면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 일부 부처는 내부적으로 서면 보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에 맞춰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대통령 보고 지연이 업무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 부처의 관계자는 “일부 주요 사업은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나야만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주요 사업에 대한 청와대의 ‘오케이’ 사인이 없다 보니 사업 추진이나 예산 집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세종=한재영·박형윤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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