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가 지난달 19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 자체를 포기한 ‘취포자’나 기회만 있다면 일을 더하고 싶어하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처럼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잠재적 실업자도 역대 최대였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1년 전보다 8,000명 늘어난 1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2000년(16만7,000명) 이후 19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 1월 전체 실업자가 122만4,000명으로 역시 2000년 이래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장기실업자도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122만 실업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잠재실업자도 많다. 일자리 구하기 자체를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지난달 60만5,000명으로 1년 만에 8.6%(5만2,000명) 급증했다. 2014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의사와 능력이 있고 최근 1년 내 구직활동을 한 경험도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4주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자’이지만 조사기간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에서는 제외된다.
통계상으로는 취업자지만 ‘잠재적 실업자’인 이들도 급증했다. 지난달 실제 취업 시간이 주 36시간 미만이면서 더 일하기를 원하는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67만1,000명이었다. 구직활동을 하는 도중에 생계나 경험 쌓기를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나 임시·일용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1년 전보다 8만5,000명 늘어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였다. 이런 잠재적인 구직자를 모두 합친 확장실업률은 지난달 13%로 역시 사상 최고치였다. 공식 실업률 4.5%의 3배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달 실업자가 급증한 데 대해 노인 일자리사업 규모를 늘리고 접수기간을 앞당기면서 발생한 기술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사업에 지원한 노인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로 옮겨오면서 ‘통계상 실업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장기실업자나 통계 사각지대에 있는 잠재 실업자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일자리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개념상 실업자에 포함 안 됐던 이들이 드러난 것”이라며 “전체적인 노동시장 사정은 악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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