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사회의 첫 발걸음인 수소전기차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기존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민수(57·사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18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공동주최한 ‘수소경제의 도래와 과제’ 포럼에서 ‘수소연료전지 기술 및 미래전망’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후 기자와 만나 “수소전기차와 전기차에 역점을 두지 않으면 연비·배기가스·이산화탄소 규제로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도 팔 수 없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 1994년 모교에 부임한 뒤 열공학 교육·연구를 해왔으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수석전문위원과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전문위원에 이어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있다. 15년 동안 현대차의 수소차 연구에 매진해 업계에서는 수소차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선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오는 2100년까지 기온 상승률을 1.5도로 제한하자고 합의한 사실을 꺼냈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프랑스가 2024년까지 디젤차를 금지하고 노르웨이와 네덜란드가 2025년까지 휘발유차까지 포함된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수소전기차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고 충전소 구축 등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수소경제는 결국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며 “수소경제가 활성화되면 가정용·건물용·산업용 연료전지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소전기차가 퍼스트무버 분야라는 점에서도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과거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해서는 안 되고 꾸준한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와 하이브리드에 중점을 뒀다가 이명박 정부 때는 전기차와 디젤, 박근혜 정부 때는 자율주행차 등으로 중점 방향이 바뀌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수소경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가 이후 정권이 바뀌며 동력이 이어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일본은 2000년께부터 수소경제 로드맵을 본격 연구해 현재 가와사키중공업이 액체수소저장선 2척을 건조 중인 것을 비롯해 정권에 상관없이 수소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일본 도요타·혼다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기술을 갖고 있다”며 “수소전기차의 가격도 더 절감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국회 등 서울 도심에 3개가 허가된 수소충전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계 54개 글로벌 기업이 가입한 수소위원회의 사무총장인 김세훈 현대차 상무(마북연구소 책임자)는 이날 포럼 발제에서 “국내 상황만 보지 말고 미국·일본 등의 수소경제 로드맵을 봐야 한다”며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는 미래 친환경차로서 병행이 가능하며 우리가 수소전기차에서 선도자로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봉석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팀장은 “과거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계에 봉착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퍼스트무버 전략이 필요해 수소경제에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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