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정유사 가동률은 이달 둘째 주 85.9%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4.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017년 10월 둘째 주에 84.5%의 가동률을 기록한 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다.
미국 정유사 가동률은 지난해 10월 넷째 주 89.4%를 기록한 후 최근 석 달간 90%대를 유지하며 글로벌 공급 과잉 현상을 심화시켰다. 특히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나 셰일오일 등은 휘발유나 나프타 생산에 유리한 경질유가 대부분이라 최근 몇 달간 휘발유 가격하락이 두드러졌다. 실제 지난해 10월 초 92달러 수준이던 휘발유는 올 초 52달러까지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두바이유 가격은 83달러에서 52달러로 떨어지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컸다. 10월부터 넉 달가량은 추운 날씨 등으로 차량 운행이 적은 계절적 비수기라 수요가 충분히 받쳐주지 못한 점도 휘발유 가격 하락 요인으로 크게 작용했다. 정유사 수익 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 또한 공급과잉 여파로 덩달아 하락해 올해 1월 넷째 주에는 10년 만의 최저수준인 배럴당 1.7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달 미국 업체의 휘발유 재고량은 2억5,830만배럴로 최근 1년 새 최고 수준을 기록해 가동률 감소를 통한 공급 조절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이 같은 정유 가동률 조정은 최근 몇 달간 손해를 보며 정유시설을 가동했던 국내 업체들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실제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2.6달러까지 오르는 등 일각에서는 “정제마진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금과 같은 추이라면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꾸준히 상승해 손익분기점(BEP)인 4~5달러선을 몇 달 내에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 일부는 지난해 말부터 정유공장 가동률을 2~3%포인트가량 떨어트리며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해왔다”며 “정제마진이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아직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뻐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