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1일 30년 만에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인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 만 65세인 노인 연령 상향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번번이 선결 과제로 지적됐던 정년 연장 작업이 현실화하면 노인 연령 상향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어서다.
이미 정부·국회는 정년 연장과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위한 논의의 군불을 지핀 상태다.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더 이상 대응을 늦출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2차 민간위원 워크숍 기조연설에서 “개인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노인의 나이는 70세를 넘어선 데 비해 사회구조는 (65세로) 너무 낮게 돼 있어 비합리성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인 연령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시 박 장관은 “노인 연령을 몇 세로 하고 그에 맞춰 퇴직 연령과 고용구조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며 “불과 6~7년 뒤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되는데 그때 대책을 만들면 늦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저출산위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노인 기준 연령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획일적으로 조정하기보다 사업별로 다면적인 연령 규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 기준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제안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2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70~75세, 2015년 박근혜 정부가 70세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번 정부 들어서도 점진적 상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속도 때문이다.
사회적인 공감대도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65세 이상 국민 1만299명 가운데 ‘노인의 나이는 70세부터’라는 답변이 86.3%로 2008년(68.3%)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도 기대여명을 반영한 현실적인 고령 기준 나이를 2018년 기준 남성 70세, 여성 74세로 산정했다. 70세 전까지는 ‘부양 대상’이 아닌 ‘일할 수 있는 경제주체’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반복된 지적에도 이제까지 노인 연령 상향 논의는 정년 연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진척이 없었다. 법적 정년이 60세인 상황에서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돌봄 서비스 등 각종 복지정책의 수급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을 65세보다 높이면 소득이 없는 기간인 소위 ‘소득 크레바스’가 더 길어진다. 노인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판결로 정년 연장 작업에 탄력이 붙으면 이후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도 실마리가 잡힐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년 연장 문제와 함께 노인 일자리 확대, 노인 복지사업별 적정 연령 등 다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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