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방송 2위 사업자 티브로드가 합병한다. LG유플러스가 지난 14일 CJ헬로 인수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또 한번 통신사와 케이블방송의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것이다. 유료방송업계의 잇따른 재편으로 인해 케이블방송사업자 딜라이브, CMB, 현대HCN의 매각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SK텔레콤(017670)과 태광산업은 각각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티브로드는 현재 태광산업과 계열사가 61.7%, 이호진 회장일가가 17.87%, 사모펀드 IMM PE컨소시엄이 20.13%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사모펀드와 태광산업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넘겨받아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협의해 본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기관 인허가가 완료되면 통합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통합법인의 최대주주가 되고 태광산업은 2대 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결합하면 유료방송업계 시장점유율 23.83%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합산 점유율(24.43%)과 비슷해진다. 업계 1위인 KT계열(30.86%)과는 6%포인트 차로 격차를 줄이게 된다. SK텔레콤 측은 “합병 추진을 통해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혁신 플랫폼을 선보여 미디어 시장을 견인하겠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이보다 앞서 지난 14일 CJ헬로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CJ ENM으로부터 CJ헬로 지분 50%와 1주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당분간 기업 결합은 하지 않고 최대주주 위치에서 유료방송 전략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통신사와 케이블방송의 잇따른 인수합병으로 인해 남은 케이블방송사들도 통신사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인수합병이 유력한 곳은 케이블방송업계 3위 딜라이브이다. 딜라이브는 KT와 인수합병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최근 정치권의 유료방송 합산 규제 재도입 가능성으로 인해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KT는 해당 규제가 도입되면 케이블TV 인수가 불가능해진다. 딜라이브는 이 때문에 SK텔레콤 혹은 LG유플러스에 인수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딜라이브는 특히 오는 7월까지 4,0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인수합병 계약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SK텔레콤 혹은 LG유플러스가 딜라이브를 품에 안으면 KT의 시장점유율과 엇비슷해져 유료방송업계 2강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딜라이브를 인수하더라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33.3%를 넘지 않아 규제 리스크에서도 한발 벗어난 상황이다.
시장점유율 5% 미만의 케이블방송 사업자들도 최근 인수합병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다. CMB와 현대HCN은 가입자가 130~150만명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각각 4.85%, 4.16% 가량 된다. 유료방송업계가 통신 3사 체제로 재편되면서 이들 케이블방송 사업자의 자립 여력은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통신사들이 이동통신, IPTV를 결합해 가격 공세를 해오면 버틸 여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가입자를 더 잃기 전에 통신사와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케이블방송은 가입자 수에 근거해 자산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기 전 매각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유료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이 최종적으로 통신3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며 “소규모 케이블방송사가 버티기 쉽지 않아 보여 결국 통신사에 인수합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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