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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보다 빨리 느는 가계빚

작년말 가계빚 1,534조 사상 최대

규제 강화에 증가율은 5년來 최저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 빚이 1,534조 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계 빚의 증가 속도는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의 영향으로 2013년 이후 5년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미지투데이




작년 말 가계 빚이 1,534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한 덕에 가계 빚의 증가 속도는 5년만에 가장 둔화했으나 여전히 소득 증가세보다는 빨랐다. 가계부채 중에서도 은행 빚이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중 가계신용’을 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년 전보다 83조8,000억원(5.8%) 늘어난 1,534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다만 지난해 증가율은 2013년(5.7%)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기준금리와 부동산 규제 완화의 여파로 2015년(10.9%)과 2016년(11.6%)에 급증하다가 2017년(8.1%)부터 둔화되기 시작, 지난해에도 둔화세가 이어졌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의미한다.

지난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늦춰진 것은 대출규제 정책을 강화한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9·13 부동산 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이와 함께 무주택자라도 실거주 목적이 아닌 경우 규제지역에서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집을 살 때는 대출받을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말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 규제를 도입해 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정부가 돈을 바짝 죈 결과 가계 신용의 연간 증가 규모는 2014년(66조2,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100조원 아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은 한참 남았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2017년(4.5%)과 비슷하다고 미뤄보면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자세히 보면 가계의 대출 잔액은 1,444조5천억원으로 74조4,000억원(5.4%) 늘었다. 다만 증가 규모는 2014년(64조5,000억원) 이후 가장 작았다. 하지만 그중 예금은행 가계대출이 713조1,000억원으로 52조4,000억원(7.9%) 증가하며 1년 전 커진 폭(43조3,000억원, 7.0%)보다 오히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2∼3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며 잔금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45만4,000호로 전년 38만7,000호보다 증가했다”며 “(기타대출에 포함된) 주택도시기금 전세자금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전환되며 은행 가계대출이 늘어나기도 했다”고 짚었다.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 가계대출은 320조7,000억원으로 6조8,000억원(2.2%) 증가했다.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2017년부터 비은행 가계대출 여신 심사가 강화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은 410조7,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신용은 9조4,000억원(11.6%) 증가한 9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작년 4분기 가계신용은 전 분기보다 20조7,000억원 늘어나며 동 분기 기준으로 2008년(10조2,000억원) 이후 증가 규모가 가장 작았다. 가계대출은 전 분기 대비 17조3,000억원 증가했다. 판매신용은 3조5억원이 증가해 전 분기(3조6,000억원)와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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