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지자체가 지급하는 현금 복지는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오히려 그 반대라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
현금 복지에 취해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일자리를 얻어 소득이 증가하면 현금지원이 줄어들까봐 오히려 자력갱생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복지패널의 2006~2013년 데이터를 토대로 중위소득 50% 미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로능력 있음에도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는 빈곤가구의 빈곤 탈출 확률은 평균 34%, 지원을 받지 않는 가구의 빈곤 탈출 확률은 60%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가구가 지원을 받는 가구보다 빈곤 탈출 확률이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지원받는 금액이 클수록 빈곤 탈출 확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기초생활수급액 상위 30%의 빈곤 탈출 확률은 26%로 하위 30%의 탈출 확률(43%)보다 낮았다.
지원받는 기간도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빈곤기간 1년 차에 탈출 확률은 64%, 2년 경과 시 40%, 5년을 넘어서면 22%까지 떨어졌다. 정부로부터 현금지원을 받는 기간이 길어지면 이에 익숙해져 근로 의욕을 상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타 정부지원금인 보육료, 학비, 농어업 보조금 등을 받고 있는 빈곤가구의 경우에도 빈곤 탈출 확률이 지원을 받지 않는 가구와 최대 12%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빈곤가구의 빈곤 탈출 확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결국 취업 여부였다. 가구주가 상용직에 취업할 경우 가구주가 무직인 경우보다 빈곤 탈출 확률이 27%포인트 높아졌다. 한 복지 전문가는 “현금 복지를 남발하면 근로를 통해 빈곤을 해결하기보다 당장의 지원에 의존해 도리어 장기간 빈곤 상태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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