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색상의 가방으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은 패션·잡화 브랜드 ‘피브레노(FIBRENO)’. 이 브랜드는 지난해 신라면세점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점에 문을 열었다. 이례적인 것은 국내 면세점에 오픈하기 전 해외에 먼저 입점했다는 사실. 피브레노 관계자는 “외국에 매장을 내면 관리를 위해 계속 움직여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 면세점에서는 물량을 사입하기 때문에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외국인 고객들의 반응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가 면세점을 ‘발판’ 삼아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다. 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신생 패션 브랜드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되기도 한다. 면세점의 매출 1위는 여전히 화장품이지만 개성 있는 K-패션이 약진하면서 면세점에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9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국내 패션 브랜드의 전년대비 매출 상승률은 2017년 160%에서 지난해 180%를 기록했다. 매출 견인차는 ‘보이런던(BOYLONDON)’·‘MLB’ 등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K-패션 브랜드다. 보이런던은 상품기획부터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국인 고객의 취향을 겨냥하는 브랜드다. MLB는 로고가 크게 박힌 볼캡(야구모자) 등을 위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면세점에서 K-패션 브랜드를 구입하는 고객 중 70% 이상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휠라(FILA)는 지난해부터 면세점 입점 행렬에 동참했다. 온라인 면세점에 먼저 입점한 휠라는 이후 롯데, 신라, 동화, 현대면세점 등으로 발을 넓혔다. 라인도 확대하고 있다. 휠라 키즈(FILA KIDS), 휠라 언더웨어(FILA UNDERWEAR), 휠라 골프(FILA GOLF)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수요에 맞추고 있다. 휠라 관계자는 “기존 대리점과 홀세일 매장을 주요 유통망으로 삼고 면세점에서도 휠라의 다양한 라인을 선보이며 매출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는 K-패션 브랜드를 단독으로 선보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부터 명동 본점에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아크메드라비’의 팝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 온라인에는 패션 브랜드 ‘임블리’와 요가복 브랜드 ‘뮬라웨어’를 들였다. 의류뿐만 아니라 가방·지갑과 같은 패션 소품 입점도 활발하다. 지난해 30여개 K-패션 브랜드를 신규 입점한 신라면세점은 패션·잡화 브랜드 ‘마르헨제이’, ‘로우로우’, ‘아이띵소’ 등을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아이돌이 착용하며 유행을 탄 ‘널디(NERDY)를 지난해 강남점에 오픈한 데 이어 명동점에도 문을 열었다. 널디는 지난 1월 평균 매출이 오픈 당시보다 3배 증가하며 K-패션 브랜드의 유망주자로 떠올랐다. 이외에도 신세계면세점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의류·신발·가방·캐리어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한섬의 ‘SJYP’를 입점시켜 월 평균 매출을 목표대비 150% 가량 달성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디자인만 좋으면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빨리 오기 때문에 K-패션의 미래가 밝다”면서 “이에 맞춰 면세점업계도 새로운 국내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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