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서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회책임투자(SRI)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ESG’를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와 맞물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일명 ‘착한 투자’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산업에서 ESG펀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ESG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 2012년 말 6,550억달러(한화 약 735조8,925억원)에서 지난해 10월 1조500억달러(약 1,179조6,750억원)로 60% 성장했다. 이 중 유럽의 ESG펀드 운용자산이 6,300억유로(약 802조4,751억원)로 약 68%를 차지하며 글로벌 ESG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은 3,000억달러(약 337조500억원) 수준이다.
ESG펀드가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금의 ESG펀드 투자 확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투자 증가 때문이다. 일본 최대의 공적연금(GPIF)은 2017년 운용자산 1조4,000억달러 중 약 100억달러를 ESG펀드에 투자했고 스웨덴 공적연기금인 제2국가연금펀드(AP2)는 2018년부터 운용자산 400억달러 중 120억달러를 ESG 벤치마크를 추종해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ETF를 통한 ESG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뱅가드 등도 꾸준히 ESG ETF 상품을 출시해나가고 있다. 블랙록과 뱅가드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총 3개의 ESG ETF를 신규로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ESG펀드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선진국에 비해 규모나 수익률 측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다.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ESG펀드 순자산 규모는 이달 20일 기준 3,869억원이다. 2년 전(1,451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준이지만 글로벌 펀드와는 격차가 크다. 그래도 관련 펀드 출시는 계속되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운용사 대다수가 올해 ESG펀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ESG 투자는 일반 공모보다 주로 연기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공경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ESG펀드의 순자산 중 97% 이상이 연기금·공제회 등을 통해 유입된 자금”이라고 말했다. 또 “수익률도 아직 뚜렷하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설정액 상위 10개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상회한 곳은 두 곳”이라고 전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ESG펀드 19개 가운데 지난 1년간 수익을 낸 펀드는 한 개에 그쳤다.
공 연구원은 “국내 SRI펀드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자 유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의 ESG 수준에 관한 정보 제공 확대, 객관적인 분류기준 마련,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개발 노력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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