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특위)가 11개월여 활동을 마무리하며 내놓은 재정개혁보고서는 전방위 증세를 골자로 한다. 명분은 ‘포용국가 실현’이다. 특위는 세입 비중이 높은 3대 세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의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사실상 세제 혜택을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고가 주택자 소유자에게 주어지던 세제 혜택도 줄이고 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개편하라고 했다.
그러나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특위 권고안을 수용해야 할 구속력이 없고 권고 내용도 모호한 부분이 많아 당장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도 권고안을 놓고 “시간을 두고 논의할 부분이 많다”며 유보적인 분위기다. 올해 세법 개정에 반영되는 권고 내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고가 1주택자 稅 혜택 줄여라”=특위가 최종 보고서에서 내세운 첫 번째 과제는 9억원(실거래가 기준)이 넘는 고가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은 1주택자가 9억원 이상 주택을 양도할 때 3년 이상 보유했으면 양도소득세 24%를 깎아준다. 공제율은 해마다 8%포인트씩 올라 10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80%까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기보유 특별공제다. 특위는 이런 혜택을 “과도 혜택”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공제 한도 80%는 유지하되 연간 공제율을 축소하거나 공제 기간을 늘리라”고 권고했다.
9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에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 요건에는 ‘거주기간’을 추가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 한해 2년(일반지역은 2년 보유) 거주조건이 붙는데, 사실상 모든 지역으로 넓히라는 것이다. 특위 권고대로라면 집값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조정지역은 이미 거주 2년 조건)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고서 타 지역에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다가 비거주 주택을 팔 때 2년 넘게 보유했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사는 집이 아니면 세금 혜택을 받지 말라는 얘기”라면서 “전세를 끼고 사는 갭(Gap)투자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위는 비과세가 적용되는 주택 부속토지 범위도 현행 주택 면적의 5배보다 좁히라고 권고했다. 66.1㎡(20평)짜리 주택의 경우 현행법상 100평(20평의 5배) 규모 땅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는데 앞으로는 2~3배(가정)인 40~60평에 대해서만 비과세가 적용된다. 특위는 나아가 현재 비과세 형태로 주는 1주택자에 대한 세금 혜택 방식을 세액감면 등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배인수 법무법인 광장 세무사는 “단기간에 전환은 어렵겠지만, 전반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방향은 맞다”고 평가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이에 맞춰 증권거래세도 조정하라고 했다. 사실상 인하를 권고한 것이다.
◇활력 대책도 포함…“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개편”=특위는 징벌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속세 부담은 줄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우선 피상속인의 상속 재산 전체에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을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라고 권고했다. 50억원을 자녀 5명에게 균등하게 상속한다면 현재는 50억원 전체를 기준으로 최고세율 50%가 적용돼 25억원만을 5명이 5억원 씩 나눠 받는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방식이 적용되면 자녀 1명당 10억원에 대한 세율 30%가 적용돼 7억원을 상속받게 된다. 특위는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최고 상속세율 50%에 할증 30%가 붙어 최고 65%가 적용되는 데 대해서도 “상속세 부담으로 장기 지속가능성에 부담이 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를 합리화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특별세액감면 제도도 기업 성장과 감면율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예산 분야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기금화와 재정정보 공개 확대를 뼈대로 했다.
◇힘 빠진 특위…모호한 표현 많아=특위가 최종 보고서를 내놨지만 사용한 표현들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방향성 제시 없이 ‘적정화’ ‘현실화’ ‘합리화’ ‘재설계’ 같은 원론적인 입장 제시에 그쳤다. 기재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뚜렷한 방향성은 없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빈난새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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