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산은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 소비와 설비투자도 각각 0.2%와 2.2% 증가했다. 3개 산업활동 지표가 동반 상승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산업활동 지표 ‘트리플 증가’가 나왔지만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1로 0.1포인트 하락했고 미래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98.5로 0.4포인트 내렸다. 동행·선행지수 동반 하락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째다. 관련 통계가 있는 1970년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했던 것은 1차 오일쇼크(1971년 1월~1972년 2월) 때가 유일하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생산, 소비, 투자가 직전 달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면서도 “지속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일부 지표가 개선되긴 했지만 지난해 말 지표가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가 있고 선행지표들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경기 하강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전망을 낙관하지 않는 것은 우리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는 수출과 고용, 투자, 소비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막대한 파급력을 끼친다. 반도체 출하는 지난해 11월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인 13.6% 급감한 이후 3개월 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5.7%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1.4%가 줄었다. 반도체 출하가 3개월 내리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이후 35개월 만이다. 제품을 창고에 쌓아두는 재고지수도 전월 대비 11% 상승했다. 지난 2017년 10월 13.8% 늘어난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다만 반도체 생산은 0.4% 늘었고,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가동률도 73.1%로 직전월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김 과장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도 둔화하고 있다”면서 “업체들이 하반기 수요는 괜찮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해 생산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자부품(-5.4%)을 비롯해 통신·방송장비(-21.1%), 전기장비(-6.1%) 생산은 크게 줄었다.
소비가 0.2% 반짝 늘기는 했지만 이는 설 연휴를 앞두고 1월 말에 소비를 앞당긴 영향이 크다. 식음료 같은 비내구재 판매는 3% 늘었을 뿐 의복 등 준내구재와 목돈이 들어가는 자동차 같은 내구재 판매는 각각 4.6%와 1%씩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2.2% 상승하며 석 달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건설사들의 시공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도 2.1% 늘며 2개월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역대 최장 동반 하락하고 있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도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선행지수의 경우 지난달 2018년 8월(-0.4) 이후 최대인 0.4포인트 하락했는데,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한 게 영향을 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기계수주가 전년 동월 대비 9.3%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건축, 토목, 민간, 공공 모두 부진하다”면서 “지표 개선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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