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는 4일 ‘세계 거시전망 2019~2020’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1%, 2.2%로 낮춰잡았다. 지난해 11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3%로 대폭 하향한 데 이어 4개월만에 또 다시 내린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올해 전망치인 2.6~2.7%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9월 제시한 2.8%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전망한 2.6%보다 크게 낮다. 무디스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정점을 찍은 뒤 점차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주요20개국(G20) 가운데 한국 포함 선진국(10개국 평균)의 올해 성장률은 1.9%로 종전 전망과 같았고 내년은 1.5%로 이전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돼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디스는 우리나라 성장세가 약해지는 원인으로 세계 무역 둔화와 투자 약화를 꼽았다. 무디스는 “반도체를 필두로 중국의 중간재 수요가 약해지면서 수출과 투자 전망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3년 만에 ‘연간 마이너스’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제조업 침체도 언급됐다. 무디스는 산업 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면서 제조업 생산이 눈에 띄게 침체하고 있는 국가로 독일·일본과 더불어 한국을 꼽았다.
국내 고용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지적했다. 무디스는 “취업자 수 증가세가 부진한 데에는 최저임금 인상 탓이 크다”며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 때문에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자 정부도 돈줄을 풀어 수출 활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수출활력 제고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무역금융을 235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3조원 더 늘린 것으로 지난해보다 15조3,000억원 증액한 규모다. 수출 마케팅에도 5.8% 증가한 3,528억원을 투입하고 이 중 60%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수출기업이 실적 둔화로 자금난을 겪으면 제작·투자 비용이 줄어들어 다시 수출난에 빠지는 악순환부터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수출 실적이 급격히 쪼그라든 것은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탓이 크다. 정부는 “하반기면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외부 요인에 따라 크게 휘청이는 산업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중 수출길이 좁아지는 데 따른 대책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26.8%를 차지한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은 17.4% 급감하며 4개월 연속 줄었다. 무역 분쟁으로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된 게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이후에도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제조 2025’ 기조 아래 자국 산업 자급률을 의도적으로 높이려 한다”며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구조조정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김우보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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