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성과 발표가 이어질 국제학회를 앞두고 제약·바이오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오는 4월 정부에서 내놓을 바이오·헬스 중장기 전략에 대한 기대감도 급등세를 뒷받침하는 형국이다.
이날 삼진제약(005500)(9.51%), 신풍제약(019170)(8.96%), 영진약품(003520)(7.84%) 등을 비롯해 테라젠이텍스(066700)(19.01%), 유틸렉스(263050)(16.26%), 엔지켐생명과학(183490)(9.15%), 오스코텍(039200)(4.17%) 등 중소 제약사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휴젤(10.60%), 차바이오텍(8.75%), 젬백스(6.19%) 등 여타 바이오주도 급등했다.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되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R&D 성과를 발표할 예정인 종목들이 크게 주목받았다. AACR은 매년 2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표적인 암학회다. 올해는 총 16개 국내 제약사가 참가하는데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위 제약사로는 한미약품(128940) 4개, 유한양행(000100) 2개, 종근당(185750)·녹십자·동아에스티가 각각 1개씩 총 9개 발표를 진행한다”며 “중소형은 엔지켐생명과학과 제넥신·삼진제약·영진약품 등 총 11개사가 11개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말부터는 또 다른 세계적인 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역시 열릴 예정이어서 제약·바이오주에 호재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발표가 있을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의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희석되고 있다. 선 연구원은 “어닝쇼크였던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은 이후 주가가 오히려 상승세”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초 횡보하던 미국 나스닥의 바이오텍 지수가 최근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대규모 기술계약, 인수합병(M&A) 등의 이슈로 상승세로 전환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도 호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4월께 바이오·헬스 중장기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며 혁신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전략에는 2조원 규모의 R&D 투자와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혁파가 담길 예정이어서 바이오 업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국내 증시의 대표 테마로 떠오른 경협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흔들리자 제약·바이오에 투자자가 몰린 영향도 있다. 이날 외국인투자가는 코스피 의약품 업종에서 약 370억원, 코스닥 제약 업종에서 46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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