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지난해 국내총샌산(GDP) 성장률이 2.7%에 그치는 등 경기가 둔화되는 시점에서 ‘3만 불’ 시대에 진입한 탓에 체감도는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 잠청치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1,349달러(3,449만 4,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2만9,745달러보다 5.4% 늘어난 수치다. 2만 달러를 돌파한 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인구 5,000만명 이상 중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한 7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선진국 기준인 3만 불 시대에 진입했지만 지난해 경제 지표는 암울하다. 사실상 내리막길을 타고 3만불 시대를 맞이한 셈이다. 실제 지난해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1.0%로 2008년 0.1%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를 기록해 2012년 2.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년 연속 3.0% 경제 성장에 실패한 셈이다.
경제 성장의 둔화 요인으로는 투자 둔화가 꼽힌다. 건설투자는 13.3% 감소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설비투자도 7.7% 줄어 9년 이후 가장 낮은 최저점을 찍었다. 다만 정부를 중심으로 한 소비 상승세가 GDP 추가 하락을 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소비는 6.1% 증가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민간소비도 2.9% 늘어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1인당 GNI 3만 달러를 기록한 탓에 국민 체감도는 낮다는 여론이 거세다. 이에 한국은행 관계자는 “개인들이 체감하는 소득 수준과 1인당 GNI는 다를 수 있다”며 “GNI에는 가계 소득 뿐 아니라 정부나 기업의 소득까지 다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당 처분 가능 소득의 지표가 가장 정확한 통계인데 이는 6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가계 가처분 소득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50대가 가구주인 가계의 명목 월평균 가처분소득(전국·2인 이상)은 412만원으로 1년 전보다 2.4%(10만2,000원)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4분기(-2.9%) 이후 최대 낙폭이다. 1인당 국민 총소득으로는 사실상 실질 소득이라 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의 체감 부분은 가계소득의 양극화와 관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인당 GNI 3만불 시대에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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