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근본적인 자연현상에 대한 지적 탐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술 발전은 항상 그 이면에 과학적인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3월 수상자인 최현용(42·사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해’가 선행되고 ‘응용’은 그다음 수순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근본 원리를 무시하고 기술적인 면을 강조하면 단기간의 성과는 이룰 수 있겠지만 심오한 고찰이 중요한 혁신과 창의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미시간대 앤아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을 했다.
그는 지도교수인 테드 노리스 교수와 그 스승인 프랑스의 제라르 무루 교수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뒤 “그들의 장점을 이어받아 초고속 광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초고속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엑시톤과 양자 위상 상태의 완벽한 빛-물질 상호작용 제어에 도전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양자 현상을 시간에 따라 정밀하게 분석하는 초고속 광학은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무루 교수가 레이저 증폭기 기술을 개발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미시간대에서 유학할 때 무루 교수의 수업을 듣기도 했다.
“제 연구는 매우 기초 연구에 속하는데 몇 년 전부터 빛과 물질의 근본적인 상호작용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흥미를 두고 있는 부분은 이른바 엑시톤이고 두 번째는 물질의 양자 위상 상태입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엑시톤은 빛에 의해 형성된 전자(electron)와 정공(hole)이 매우 강하게 묶여 있는 준입자(quasi-particle)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빛을 이용한 응용의 가장 근본적인 입자이다. 태양전지, 광 검출기, 반도체 레이저 등 무수히 많은 응용 기술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 입자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양자 위상 상태는 물질의 양자역학적 위상 변화가 물질의 상태를 결정지을 수 있고 그 결과로 매우 강한 외부 자극에 의해서도 물질의 양자효과가 유지되는 현상이다.
그는 “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소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져 양자 효과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엑시톤과 양자 위상 상태, 즉 빛과 물질의 근본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는 날로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미국에서는 수년 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거대한 엑시톤연구센터가 설립됐고 독일에서는 두 개의 신규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들어섰다.
“저는 이러한 저차원 양자 물질에서 나타나는 매우 강한 엑시톤의 양자 위상 상태에 관심이 큽니다. 나아가 초고속 레이저로 엑시톤의 양자 위상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면 현대 양자 기술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양자물리학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시간이 10년 이상 걸리겠지만 현재의 연구를 기술적으로 응용하면 지금의 반도체 소자나 시스템보다 수천 배 작고 빠르게 동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수상의 영예를 차순영·노민지 연구원에게 돌리고 싶다”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까지 3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 무수히 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두 학생이 있었기에 이 연구가 가능했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에도 고맙다”고 말했다./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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